혜성처럼 나타나 세계기록까지…빙속 이나현 “부모님 덕분”

주니어 여자 500m 한국기록 이어 세계기록까지 경신

성인 선수들과 경쟁해 월드컵랭킹 12위…”차근차근 올라설 것”

지난 시즌 김민선(24·의정부시청)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환호했던 한국 빙상계가 올해엔 이 선수의 등장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05년생 스프린터 이나현(한국체대 입학 예정)이다.

이나현은 올해 주니어 무대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21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48의 주니어 한국 신기록을 세우더니 일주일 뒤인 28일 ISU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에선 37초34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주니어 세계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한국 선수가 이 종목 주니어 세계기록을 세운 건 이상화(2007년), 김민선(2017년) 이후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나현은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 세계 최고의 성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월드컵 랭킹 12위에 올랐다.

이나현이 대학도 입학하지 않은 유망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빙상계는 이나현이 이상화-김민선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간판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나현이 처음 스케이트를 배운 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사촌 오빠가 쇼트트랙을 타는 것을 보고 취미 삼아 시작했다.

처음부터 선수의 길에 들어선 건 아니었다. 이나현은 학업상의 이유로 호주 유학을 다녀온 뒤인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나현은 지난 23일 서울 태릉 빙상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처음엔 취미로 스케이트를 탔다가 매력에 흠뻑 빠졌다”라며 “부모님께 선수 생활을 하겠다고 졸랐고, 부모님도 큰 반대를 하지 않으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어머니는 한번 시작했으면 최소한 3년은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라며 “3년이 지났을 때, 더 운동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어머니는 다시 3년 동안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두 번째 약속이 끝날 시기에, 이나현은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

이나현은 “부모님은 내가 주도적인 인생을 살길 바라셨다”라며 “강요하지 않고 날 믿으셨기에 즐겁게 선수 생활을 이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나현은 부모님으로부터 최적의 신체를 물려받기도 했다.

그는 다른 한국 선수들과는 다르게 서구적인 체형을 갖고 있다.

신장 170㎝의 탄탄한 체질인 이나현은 “고교 2학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고, 체격조건이 단거리 종목을 하기에 알맞게 변화했다”라며 “기술 개선과 체격이 좋아진 것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낸 이유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머니가 키가 크시고 어린 시절 잠깐 육상 선수를 하셨다”라며 “여러모로 어머니의 덕을 크게 본 셈”이라며 웃었다.

부모님이 건강한 몸을 물려주신 덕에 큰 부상 치레도 없었다.

이나현은 “고교 1학년 때 허리가 잠깐 아팠던 적이 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라며 “모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가진 무릎, 허리 통증을 제외하면 크게 아픈 적이 없다. 이것 역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주니어 세계기록을 세우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이나현은 천천히, 차분하게 성장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아직 스타트 기술과 레이스 후반 스케이팅 등 보완해야 할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지금은 기본 훈련을 충실히 하면서 차근차근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그다음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고 씩씩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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