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력서 들고 찾아고고 병가전화도 대신 걸기…화상면접 지켜보기도
성인이 된 자녀의 취업과 직장 생활에까지 부모가 대신 나서서 참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풍속처럼 떠오르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헬리콥터 부모들이 이제는 성인이 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자녀의 입사 지원부터 해고 대응, 성과 평가 항의에 이르기까지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녀의 주변을 마치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부모를 말한다.
알래스카주 페어뱅크스의 인력 파견 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 스티븐 클라크는 최근 24세 남성 직원을 해고하는 데 두 번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해당 직원은 건설 현장으로 출근한 첫 주에 네 번이나 지각하거나 아예 출근하지 않았다. 본인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몇시간 후 그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다가 거절당하자 언성을 높이며 항의했다.
클라크는 “이건 회사와 당신 아들 사이의 문제”라며 “그는 (성인) 직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온라인 화상 면접이나 채용 행사에서도 부모의 개입이 잇따르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직원과의 화상 회의 면접이나 복리후생 협상 등 까다로운 대화가 오가는 통화 도중 부모가 화면 밖에서 몰래 앉아 답변을 조언하거나 관여하는 모습을 목격한다고 전했다.
부모가 채용 담당자에게 전화해 자녀의 지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가 하면, 취업 박람회에 딸의 이력서를 들고 찾아와 구직 의사를 전한 어머니도 있었다.
직장에 들어간 후에도 부모의 입김은 계속된다.
한 하드웨어 유통 기업의 인사 책임자는 지난해 성과 평가에서 기대했던 결과를 받지 못한 Z세대 직원의 어머니로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그럴 땐 ‘자녀에게 회사와 직접 얘기하라고 권유하라’고 안내한 뒤 자녀와의 직접 소통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부모가 자녀를 대신해 건강보험 옵션을 문의하거나, 성인 자녀의 병가 전화를 대신 걸어주는 사례도 있다.
실제 미 온라인 이력서 플랫폼 ‘제티'(Zety)가 Z세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취업 면접에 부모와 함께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고용 한파와 자녀들의 사회적 불안감, 인맥 도움 등을 이유로 들지만,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인사 관리자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지원자의 독립성 부족을 드러내며, 채용 후에도 회사와의 소통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Z세대 당사자들 역시 이런 현상이 반갑지는 않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폴 브랜슨(22)은 부모의 불안은 이해한다면서도 “이런 경향은 우리 세대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세대에게 정말 상처를 남겼다”고 WSJ에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