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대세”…트럼프에 줄 서는 정치인·큰손 기부자들

트럼프측 “디샌티스·헤일리 기부자 수십명, 트럼프 지지 방법 문의”

경쟁자 자금 압도한 트럼프 인기…형사기소 무기 삼아 지지층 결집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후보들이 연이어 하차하고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줄을 서려는 유력 정치인과 기부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윤리공공정책센터의 헨리 올슨 선임연구원은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친화적인 공화당의 약 3분의 2가 트럼프 주위로 뭉쳤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시점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경쟁이라도 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면서 “기적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예상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공화당에서 생존하고 싶다면 공개적으로 대세에 동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있어야 한다”며 “기부자들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캠프 모금 활동가인 에드 맥뮬런은 최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이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헤일리 전 대사의 기부자 수십 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싶다며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오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그렇게 강하게 지지했다는 사실은 다보스에서도 큰 충격이었다”며 “그곳에서 많은 기업가들이 나를 찾아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원하고 그에게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고도 했다.

여전히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기부자들을 상대로 트럼프 캠프에 합류하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오랜 기간 헤일리 캠프에서 모금 활동을 해 온 프레드 자이드만은 로이터에 “트럼프 캠프에서 끊임없이 전화가 온다”며 “그들은 ‘우리가 이기고 당신들은 질 것이다. 옳은 팀에 있고 싶지 않나’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바람이 부는 방향을 깨달은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의 호의를 되찾고자 서두르고 있다”며 “상하원 의원들, 주지사, 전직 내각 관료들, 기부자들이 충성 맹세를 위해 플로리다 마라라고(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를 순례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기가 다른 경쟁자들의 후원금을 압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억만장자 기업가인 코크 형제가 설립한 단체가 반(反)트럼프 캠페인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를 꺾지 못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 그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아이오와주 경선에 5천300만 달러(약 710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디샌티스 주지사는 3위 헤일리 전 대사에 근소한 차이로 앞선 데 만족해야 했다. 그가 얻은 한 표당 가치는 무려 2천262달러(약 303만 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나온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와 법원 출석을 거꾸로 무기 삼아 지지층과 후원금을 모았다.

이는 “전직 대통령이자 리얼리티TV 스타 출신으로서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성을 누린 결과”라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 모금 활동가 맥뮬런은 “이번 경선의 가장 훌륭한 이야기 중 하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반대하기 위한 수억 달러의 자금이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세를 키웠다는 점”이라며 “사람들은 미국의 과두 집권층이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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