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27일 연속 열대야’ 서울…더위 피해 공원·쇼핑몰로

한증막 더위 속 시민들, 가족·연인 ‘도심 피서’…중동 외국인도 “서울 더 덥다”

한강공원·광화문광장 분수대서 물놀이…’몰캉스’ 용산 아이파크몰은 ‘인산인해’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늦은 오후 시민들은 곳곳에서 ‘도심 피서’에 나섰다.

한강공원, 광장 분수대, 실내 쇼핑몰 등 주요 시설은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를 피해 찾아 모여든 시민으로 북적거렸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낮 최고 34.3도, 오후 7시 기준 30.9도를 기록했다.

해가 기운 저녁에도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강바람에 더위를 잊으려는 시민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공원을 찾은 이들은 그늘이나 평상에 돗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거나 함께 온 가족·친구·연인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시원한 분수를 내뿜는 물빛광장에는 한더위도 잊고 물놀이에 빠져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나들이 복장을 한 시민들도 발을 물에 담가 더위를 흘려보냈다.

한바탕 물놀이를 끝낸 자녀들을 데리고 공원을 걷던 김현석(35)씨는 “아이들 개학 전 추억을 쌓기 위해 처음 이 공원을 방문했다. 예년에 비해 집에 있기에는 너무 더워서 나왔는데 물놀이할 곳도 잘 돼 있어 만족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두 아들과 공원을 찾았다는 양희두(42)씨도 “야간에도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며 “강가는 그나마 밤에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씨의 아들 양태규 군도 ‘8살 인생’ 중에 올해가 가장 덥다고 한다. 양군은 “학교에서 축구할 때마다 너무 더웠는데 자전거를 타니까 시원해서 좋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의 습한 무더위는 더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도 물가로 이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왔다는 A(30)씨는 “한국에서 여름은 처음인데 내가 살던 사우디아라비아 남쪽보다도 습하고 더워서 놀랐다”고 전했다.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도 물놀이하는 아이들, 설치된 평상이나 의자에 앉아 더위를 식히는 시민이 눈에 띄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은 이동일(40)씨는 “아이가 집에 있으면 답답해하는데 계곡이나 바다를 가려고 보니 너무 덥고 위험한 것 같아 못 갔다”며 “한낮에는 실내 놀이터에 갔다가 해가 좀 떨어진 것 같아 물놀이시켜주러 왔다”고 말했다.

딸 이지온(4)양은 물에 흠뻑 젖은 채 아빠에게 달려와 유부초밥을 한 입 베어 물고는 “재미있다”며 다시 분수대로 향했다.

강동구에서 남편과 함께 왔다는 장모(70)씨는 “집이 너무 더워서 바람도 쐬고 맛있는 것도 먹을 겸 둘이 나왔다”며 “여기 오니 물도 있고 바람도 불고 사람 구경도 하고 더위가 가시는 것 같다”고 했다.

후덥지근한 바깥을 피해 시원한 쇼핑몰 안에서 이른바 ‘몰캉스'(쇼핑몰+바캉스)를 즐기는 시민 또한 많았다.

이날 오후 6시 30분께 용산구 아이파크몰은 퇴근한 직장인을 비롯해 ‘불금’을 즐기려는 시민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쇼핑몰 내 식당은 손님이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영화관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대학생 조여진(20)씨는 “요즘 너무 더워서 웬만해선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거나 이렇게 영화관에 오곤 한다”며 “작년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버틸 만했던 것 같은데 올해 여름은 밤까지도 더워서 힘들다”고 했다.

퇴근 뒤 여자친구와 함께 쇼핑을 즐기던 김규석(32)씨도 “원래는 오랜만에 바깥 구경도 하고 산책하려 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땀에 잔뜩 절어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여기로 들어왔는데 오늘 데이트는 이곳에서 시작해 이곳에서 끝날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 밤까지 ‘한증막 더위’가 꺾이지 않으면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날까지 27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래 최장 기록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서쪽 지역과 경상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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