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산불 일상화됐는데 기후위기 논의는 뒷걸음

“관측·예측 역량 축소 우려…지역사회 중심 대응 시급”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 홍수 등 극한기상이 전 세계적으로 빈발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적 관심은 오히려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을 지역사회에 두고,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회복력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17일 개최한 기후변화 언론 브리핑에는 캐런 매키넌 UCLA 통계·환경학 부교수, 시나 로빈슨 아시아태평양환경네트워크(APEN) 회복력 프로젝트 디렉터, 마크 밸런타인 오메가 리질리언스 어워즈 선임고문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극한기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기후 대응 약속이 축소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의 경제성과 효과를 둘러싼 허위정보도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연방정부의 기후 관측·예측 기능 축소가 과학 연구와 장기 전망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키넌 교수는 “현재 발생하는 거의 모든 폭염은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보다 더 뜨거워졌다”며 “폭염을 일으키는 자연적인 기상 패턴이 이미 높아진 평균기온 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의 폭염, 캐나다 산불 연기, 엘니뇨 가능성 등을 대표적인 기후 위험으로 꼽으며, 기후변화와 엘니뇨가 결합할 경우 폭염과 집중호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해진 대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으면서 극한강수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로빈슨 디렉터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난민 공동체가 산업시설 오염과 폭염, 산불 연기 등 복합적인 환경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후 주택은 열과 오염물질을 실내에 가두는 경우가 많아 건강 피해를 키운다”며 “폭염으로 정전이 발생하면 산업시설 오작동으로 추가 오염까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탄소배출 감축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피해를 줄이는 적응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이를 현장에서 실행할 기술 인력 양성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APEN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차이나타운의 링컨 레크리에이션센터를 지역 최초의 시립 ‘회복력 허브’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회복력 허브는 평소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 태양광 발전과 배터리 비상전력, 공기정화 시스템, 식품·의약품 보관 기능 등을 갖춰 재난 발생 시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로빈슨 디렉터는 “회복력 있는 공동체는 서로 연결되고 조직된 공동체”라며 “고가의 설비를 개인이 마련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공동시설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주민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밸런타인 선임고문은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사업이 또 다른 환경·인권 피해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희토류 광산 개발이나 대규모 수력·풍력 발전 사업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이주와 생태계 훼손, 토지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후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의견과 경험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산불, 홍수 등을 단순한 개별 재난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지역 주민들을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대응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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