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비바람 뚫고…美건국 250주년 자정에 터진 85만개 불꽃

뇌우 동반 폭풍에 행사 한때 차질…한낮부터 기다린 사람들에 대피령

트럼프 “토요일 밤을 즐기자” 강행…밤하늘 물들인 불꽃에 “USA” 외쳐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폭염과 악천후로 차질을 빚은 끝에 85만발의 불꽃을 당일 자정에 쏘아올리며 마무리됐다.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준비한 대규모 불꽃들은 독립기념일인 4일 밤 12시 정각부터 터졌다.

당초 전날 독립기념 퍼레이드와 전투기 편대의 비행, 내셔널 몰의 워싱턴 기념탑 레이저쇼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불꽃쇼로 이어지도록 예정된 이번 행사는 험궂은 날씨로 진통을 겪었다.

워싱턴은 미 동부 지역을 덮친 ‘열돔’에 갇히면서 며칠째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 펄펄 끓었다. 그 여파로 낮 시간대 예정됐던 퍼레이드는 취소됐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무더위를 견디면서 본 행사인 ‘미국에 바치는 헌사'(Salute to America)가 열리는 내셔널 몰과 그 주변에 몰렸다.

내셔널 몰의 행사장은 사전에 등록한 사람들만 보안 검색을 거쳐 입장할 수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월드 스타의 공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수백m는 돼 보이는 대기 행렬이 늘어섰다.

도로 곳곳이 통제된 가운데 사람들은 저마다 성조기를 그려 넣은 의상, 독립전쟁 시기 유행했던 삼각모, 배트맨 등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 복장을 하고 차도를 누볐다.

본 행사를 앞두고 전투기들이 굉음을 뿜으며 내셔널 몰의 워싱턴 기념탑 주변을 저공 비행할 때마다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DMV'(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로 불리는 수도권뿐 아니라 뉴저지, 오클라호마, 노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펜실베이니아 등 각지에서 왔다.

심지어 체코에서 휴가를 내고 난생처음 워싱턴을 방문했다는 마틴 씨는 연합뉴스와 만나 “다시는 못 볼 장관을 보려고 덥지만 3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투기가 지나갈 때마다 “God Bless USA”(신이여 미국에 축복을)를 외치던 조 샐리건 씨는 “6∼7개월 전부터 워싱턴에 호텔을 예약했다”며 오클라호마에서 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다린 것은 다른 지역과는 비교 불가의 규모로 예고된 불꽃쇼를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일생에 다시 없을 ‘눈 호강’을 위해 몰려온 사람들로 워싱턴 시내 주요 숙소는 예약이 마감된 지 오래였다.

그런데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햇볕이 내리쬐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모래바람이 살을 따갑게 때릴 정도의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눈을 제대로 뜨고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은 워싱턴뿐 아니라 미 동부 일대에 강한 폭풍우를 예고하는 바람이었다.

결국 행사를 주최한 ‘프리덤 250’은 현장의 시민들에게 대피를 요구했다. 주최 측은 공지문을 통해 “심각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며 행사장을 비우고 안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모두 주변 건물로 대피시켰다.

밤이 되면서 빗방울이 굵어졌고, 몸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한 사람들과 혹시나 한 마음에 행사 재개를 기다리며 도로를 서성이는 사람들은 고스란히 젖었다.

뉴저지에서 온 로버트·미셸 부부는 “비가 빨리 그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행사가 언제 재개될지 몰라 주변에 머무르고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개 여부가 불투명하던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연설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재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폭풍이) 행사를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들기도 한다”며 “지금은 토요일 밤이다. 오늘 밤늦게까지 밖에 있더라도 좀 즐기자”고 말했다.

사람들을 내보낸 뒤 닫혔던 행사장 출입구는 밤 10시께 다시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보다 1시간 반 늦은 11시 15분께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연설에서 날씨 탓에 행사를 연기하자던 참모들에게 “다음주는 안 된다. 오늘이 바로 중요한 날이다. 우린 7월 4일을 원한다”며 “왜냐면 오늘이 독립선언 250주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연설이 끝나고 불꽃이 터지기를 목 놓아 기다리던 사람들의 머리 위로 85만발 중 첫발이 하늘로 쏘아 올려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직후인 자정이었다. 불꽃쇼 시작이 이튿날 새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예상보다 짧게 연설을 마친 듯한 모습이었다.

메인 무대의 미군 밴드가 팝송 메들리를 이어가는 가운데, 40분 가까이 끊임없이 터진 폭죽 소리와 불꽃을 배경으로 시민들은 몸을 흔들며 미국의 250세 생일을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행사 퇴장곡으로 쓰이고 있는 ‘YMCA송’에 달아올랐던 현장의 분위기는 후반부 닐 다이아몬드의 대표곡 ‘스위트 캐롤라인’이 연주되자 절정으로 치달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역대급’ 불꽃쇼가 끝나자 사람들은 “USA”를 연호했다. 군중은 토요일 밤의 열기를 뒤로한 채 각자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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