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노예제 전시물 철거·교육 제한 논란

소수계 “역사 왜곡 우려”

에스닉 역사 관계자들 “기록과 기억 지키는 일, 공동체의 과제” 강조

미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공원과 박물관, 교육 현장에서 노예제와 인종차별 관련 기록과 전시물을 재검토·철거하는 조치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소수계 커뮤니티와 시민사회에서 역사 왜곡과 ‘기억 지우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미국 역사에 대한 진실과 건전성 회복(Restoring Truth and Sanity to American History)’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부는 해당 명령에 대해 “미국 역사나 인물의 부정적 측면을 과도하게 강조한 전시가 전체 역사적 맥락과 국가적 진보를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미 내무부와 국립공원관리청(NPS)는 국립공원 내 표지판과 전시물 전반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으며, 일부 노예제 관련 전시물이 이미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주의 포트 풀라스키 국립모뉴먼트와 버지니아주의 일부 국립역사공원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촬영된 노예 학대 사진 ‘채찍 맞은 등’이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공립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분열적 개념(divisive concepts)’을 이유로 인종차별, 노예제, 이민사 관련 교육 내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30일 열린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박물관 관계자와 인권단체, 언론인들은 “역사 재편은 단순한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역사를 보존해 온 일미 국립박물관의 앤 버로우스 관장은 “불편한 진실을 지우라는 요구 앞에서 침묵과 중립을 선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942년 일본계 미국인을 향한 침묵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역사는 이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Southern Poverty Law Center 대표 마거릿 황은 “권위주의적 통치는 언제나 역사와 기억을 먼저 공격한다”며 “공적 기록에서 과거가 사라질수록 현재의 차별은 더 쉽게 정당화된다”고 비판했다.

언론인 레이 수아레스는 “미국 역사는 다인종·다문화의 산물”이라며 “라틴계와 이민자 역사를 지우는 시도는 배타적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앨라배마 기반 시민단체 대표 앤네시아 하디는 “공식 기록에서 배제되는 공동체는 제도적 보호에서도 밀려난다”며 “역사 삭제는 문화 논쟁을 넘어 민주주의의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발언자들은 연방 차원의 전시와 기록이 후퇴할수록, 에스닉 미디어와 지역 언론이 공동체의 경험과 기억을 기록하는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이민자 커뮤니티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