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맞선 공화당원 공직자의 소신…”폭력위협에 굴복 안해”

외신 간담회 참석한 미 조지아주 선거관리책임자 가브리엘 스털링.

‘투표사기’ 반박 후 트럼프 추종자들 표적된 조지아주 선거당국자

“극단적 주장하는 정치인에 돈과 팔로워, 자리 따르는 풍토 문제”

“거친 세력은 내 일을 포기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그런 위협을 받을 때, 나 뿐 아니라 전형적인 미국인의 반응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죠. 나는 이 일을 더 열심히 할 것입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투표 사기’ 주장에 맞섰던 가브리엘 스털링(53) 미국 조지아주 총무장관실 최고운영책임자는 21일 애틀랜타 소재 조지아주 청사 사무실에서 열린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선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주의 선거관리를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스털링은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만1천여 표 차로 패한 조지아주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 사기’ 주장을 폈을 때 기자회견을 열어 반박했다.

또 트럼프 패배에 불복한 추종자들이 일으킨, 2021년 1월6일 연방의사당 폭동(1·6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하원 특별조사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공무원으로서 자신이 관여한 일의 정당성을 대변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공화당 당적을 가진 공직자인 그가 공화당을 장악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운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극렬 트럼프 지지자에게 ‘좌표’가 찍히면서, 허위 신고로 집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일도 있었고, 배관용 스패너가 자신에게 우편으로 배달되는 등 각종 위협은 일상이 됐다고 그는 소개했다.

스털링은 자신이 받은 각종 위협에 대해 “인간의 뇌는 매우 적응력이 뛰어나기에 상황에 적응하기 마련”이라며 “처음에는 많은 위협을 받는 것이 불편했지만, 얼마 후에는 안정적인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공화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대해 “트럼프의 책임”이라고 잘라 말한 뒤 “또한 이 일(선거 부정 논란 제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부정 논란을 제기하면 온라인을 무대로 허위 정보를 퍼 나르며 후원금을 모으는 사람들이 그것을 증폭시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악순환의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형사기소까지 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국 기사회생한 뒤 공화당을 장악하며 대선 후보로서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상황이지만 스털링은 자신이 공화당 당적을 변경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로 우리(공화당)는 연방 상·하원 선거와 주지사 선거에서 많은 것을 잃었다”며 “나는 늘 공화당이 해온 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민주당)이 항상 더 어리석게 행동하고, 미국에 나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트럼프가 공화당에 입당하기 전부터 공화당원이었고, 그가 (공직을) 떠난 이후에도 공화당원일 것”이라고 밝혔다.

스털링은 선거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현상의 뿌리에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그런 정치 토양에 기생하는 극단적 정치인들의 득세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념의) 양극단 중 한쪽에서 비이성적이고 괴상한 말을 하면 많은 돈을 모금하고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며 많은 자리를 차지한다”며 “AOC(민주당내 급진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가 한 쪽이라면 MTG(공화당의 친트럼프 강경파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는 다른 한 쪽”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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