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같은 사람

애틀랜타중앙교회 한병철 담임목사

교회 마당에 만개했던 코스모스가 거의 다 지고 말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벌써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가 지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겁니다.

내가 계절의 변화를 못 느끼며 지내는 동안 코스모스는 제 할 일 다 하고 피었다가 지고 만 겁니다.

예수님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마 그 때 사람들은 그게 제일 중요한 문제였나 봅니다. 우리도 어릴 때는 먹고 입는 것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좀 잘 살게 되어서인지 그런 걸로 걱정하는 사람보다는 다른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어떻게 돈을 많이 벌까, 어떻게 성취를 할까, 목표를 이룰까, 성공을 할까, 남들이 보란 듯이 살아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삽니다. 이제 예수의 말씀을 이런 것들을 대입시켜서 새롭게 읽어야겠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이룰까, 어떻게 돈을 벌까, 무엇이 될까 걱정하지 말라.” 그러면서 들에 핀 백합을 보라고 합니다. 뭘 이루거나 돈을 벌려고 애쓰지 않지만 솔로몬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코스모스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주목받을 만한 구석도 없습니다. 바람이 불면 하늘거릴 만큼 연약합니다. 그렇지만 자기 계절을 알고 누가 알아주던 말던 때를 따라 폈다가 때가 되면 집니다.

예수님은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솔로몬의 화려함 같다고 봤습니다. 그런 것을 들의 백합화보다 못한 것으로 보는 예수님의 눈, 그 눈은 길가의 코스모스를 눈여겨보고 한없이 거룩 하고 존경스럽게 볼 수 있는 눈입니다. 그저 자기 때니까 거기 있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코스모스 같은 사람이 그립습니다.

별로 중요한 자리에 있지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지만 언제나 자기 자리에 있습니다.

분주하지 않지만 변함이 없이 한결 같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실합니다. 그런 사람이 그립습니다. 이맘 때 어디 어디 가면 꼭 거기에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부초처럼 늘 허덕이면서 무엇엔가 쫓기면서 사는 삶이 아니라, 항상 거기에서 자기만의 향기를 내면서 참으로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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