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장관이 임산부와 건강한 어린이, 65세 미만 성인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 권고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 전문가들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피터 친홍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감염병 전문의는 “이번 권고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면역이 저하된 상태인 임산부와 생후 6개월 미만 영유아를 방치하는 위험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0일 미국 커뮤니티 미디어 브리핑에서 “임산부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태아에게 전달될 항체 보호막도 사라진다”며 “건강한 임산부라도 백신을 중단하면 영유아 보호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케네디 장관은 6월 25일부터 27일까지 회의가 예정된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를 앞두고 X/Twitter에 올린 1분짜리 영상을 통해 “임산부와 건강한 어린이에게 접종을 권장할 만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새로운 권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친홍 박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러한 발표가 공중보건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FDA 전 국장 마티 마카리도 이에 대해 “지난 시즌 미국 어린이의 88%가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했다”며 대중의 거부감을 근거로 케네디 장관을 옹호했지만, 친홍 박사는 “이는 올바른 공중보건 전략이 아니라 여론 영합”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친홍 박사는 이번 권고로 인해 의료 종사자와 같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집단이 배제된 점을 지적하며, “추가 접종은 전 연령층에게 필요하다. 최근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입원이나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NB.1.8.1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며, 미국에서도 여름철 감염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이 가운데 CDC에 따르면 2024년 현재까지 미국 내 35개 주에서 1,079건의 홍역 사례가 보고됐으며, 백일해(pertussis) 역시 전년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1만 1,265건에 달했다.
백신 전문가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백신이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홍역 등을 효과적으로 억제해왔지만, 젊은 부모 세대의 경각심 부족으로 접종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텍사스에서는 올해 700건 이상의 홍역 사례가 발생했고, 이 중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아동 2명이 사망했다”며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전염병 학자인 벤자민 뉴먼 박사도 “전염병은 국경이 없다. 반백신 운동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미국의 공중보건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비 삭감과 보건 예산 축소 조치에 대해서도 “이는 감염병 대응을 약화시켜 국가 경제와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하며, 신속한 대응과 예방접종 확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