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박인석 이사장)의 화상회의
임상3상 환자모집 등 정부가 직접 지원…WHO “한국은 선도적 국가” 협력 제안
치매를 인류 공통의 보건 현안으로 지목하고 해법을 궁리해온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시험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한국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협력을 제안했다.
13일 WHO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박인석 이사장)은 전날 온라인 화상회의를 열고 한국에서 개발 중인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의 공익적 임상 3상 시험 지원모델에 대해 WHO에 소개했다.
회의에는 WHO에서 정신건강·신경질환 분야 의료 책임자인 타룬 두아 박사, 이민원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공사참사관, 류근혁 전 보건복지부 차관. KoNECT의 박인석 이사장과 하정은 사무국장 등이 참여했다.
재단 측은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종합적인 치매 관리 체계를 구축해온 한국의 치매 국가책임제에 관해 개략적으로 설명한 뒤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임상 3상을 정부 지원 방식으로 개시한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재단은 국내 기업인 아리바이오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1천250명 규모의 알츠하이머 경구용 치료제 임상 3상 시험(프로젝트명 Polaris-AD)의 국내 임상을 작년 11월부터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임상 참가자를 직접 모집하며 주요 병원에 있는 임상시험 센터와 연계해주는 방식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임상시험에 정부가 관여해 공신력을 높이고 원활한 임상 진행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재단 측 발표를 들은 타룬 박사는 “매우 인상적이고 유익했다”면서 “한국이 치매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포괄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최초의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치매연구 등에 관한 WHO 회원국들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온라인 협력 플랫폼을 소개하면서 한국 관계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한국은 글로벌 치매 대응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을 좋은 위치에 있다”며 “치매 대응 역량과 정책을 못 갖춘 중·저소득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놓고 한국이 함께 협력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WHO가 한국의 치매치료제 공익적 임상 3상 모델에 주목한 것은 그간 치매 문제에 공동대응하고 국가의 관여도를 끌어올리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WHO는 2017년에 치매 치료를 위한 혁신적 연구, 환자 돌봄과 지원, 인식개선 활동 등을 각국이 주요 정책과제로 삼고 협력할 것을 제안했고 2025년까지 각국이 진전을 이루자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성과는 미약했다.
전 세계에 치매 환자가 현재 6천만명, 2050년이면 1억4천만명에 이르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것으로 진단하면서 각국 정부에 적극적인 관여를 요청했지만 주요 선진국만 치매 관련 보건 정책을 일부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제 개발 분야는 사실상 민간에 맡겨져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큰 비용과 시행착오가 동반되는 임상시험을 국가가 지원하는 한국의 시도는 치매 대응에 정부가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모델로서 WHO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WHO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더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내달 대면 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