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비행편 탄 미 이민자 아동들…법원이 이륙 직전 제동

새벽 들어온 신청 긴급 심리…트럼프 참모 “민주당 판사가 가족 재회 막아”

미국 연방법원이 정부의 이민자 아동 추방에 제동을 걸었다.

스파클 수크나난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31일 과테말라 국적의 보호자 없는 10∼17세 이민자 아동 10명의 추방을 14일간 중단하라는 명령서를 발부했다고 AP·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 결정은 이민자 지원단체인 전국이민법센터(NILC)가 이날 오전 1시께 제출한 신청을 법원이 이례적으로 심야 시간에 곧바로 심리해 내놓은 것이다.

수크나난 판사는 심리 중에 아동들이 이미 추방된 것은 아닌지 분명히 밝히라고 법무부를 압박했고, 법무부를 대리하는 드류 엔사인 변호사는 추방된 아동은 없으며 비행기 한 대가 이륙했으나 법원 명령에 따라 회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엔사인 변호사는 과테말라에 있는 부모와 보호자가 과테말라 정부를 통해 아동의 귀환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으나 NILC 측은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NILC는 이번 법원 명령으로 추방될 뻔한 아동 10명 중 일부는 과테말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표명했으며, 그중에는 어머니가 사망하고 방치와 학대를 당한 10세 과테말라 원주민 소녀도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현재 보건복지부가 수용 중인 보호자 없는 과테말라 국적 미성년 이민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NILC는 그 수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NILC는 정부의 추방 정책에 대해 “박해를 두려워하는 국가로 아동들을 돌려보냄으로써 여러 위험에 노출하고 미국 내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는 아동들이 비행기에서 내려 난민재정착사무소(ORR)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아동들이 과테말라의 부모와 재회하는 것을 민주당 판사가 막았다”고 비판했다.

부모나 보호자 없이 미국 국경에 도착한 이민자 아동은 ‘보호자 없는 아동’으로 분류되며, 연방법에 따라 가족에게 인계되거나 위탁 가정에 배치되기 전까지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보호자가 없는 이민자 아동을 추적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이민 단속을 강화했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과테말라 정부와 협정을 맺어 보호자 없는 아동을 송환하기로 했으며, 이번 주말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미국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연방대법원이 18세기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에 따라 베네수엘라인을 강제 추방하는 것을 금지했고, 5월과 8월에도 연방 지법이 이민자 추방을 중단시켰다.

3월에는 워싱턴DC 연방지법이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 명을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는 추방령의 효력을 정지했으나 정부가 추방을 강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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