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생존자 아이크 샤브 별세…105세로 영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진주만 공격을 직접 겪은 마지막 생존자 중 한 명인 아이라 ‘아이크’ 샤브(Ira “Ike” Schab)가 10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P통신은 샤브가 12월 20일 자택에서 가족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그의 딸 킴벌리 하인리히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샤브는 1920년 7월 4일 시카고에서 태어나 세 형제 중 장남으로 성장했으며, 18세에 미 해군에 입대했다. 그는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기습 공격 당시 USS 도빈(USS Dobbin)에서 복무 중이었으며, 군악대에서 튜바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공습이 시작되자 그는 USS 유타(Utah)가 전복되는 장면을 목격했고, 상공을 비행하는 일본군 항공기를 직접 바라보았다. 곧바로 탄약 상자를 운반하며 대공포 진지에 포탄을 공급하는 임무를 도왔고, 당시 도빈함에서는 3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샤브는 전쟁 이후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고 제너럴 다이내믹스에서 전기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아폴로 우주비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국의 달 착륙을 실현한 우주개발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었다. 그의 아들 또한 해군에 입대한 뒤 중령으로 예편하며 군인의 길을 이어갔다.

샤브의 별세로 진주만 공격 생존자는 이제 약 12명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을 전쟁으로 이끈 역사적 사건의 마지막 증언자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

한편, 샤브는 생전 인터뷰에서 “그날을 잊을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억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삶과 희생은 미국 역사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