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빅시스터처럼 젊은 성악가 지원할 것”

프랑스서 제1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개최…결승무대 오른 11명 열띤 경쟁

“재능 있는 음악가 돕는 꿈 이룬 역사적 순간…제가 사라져도 콩쿠르 이어지길”

“그동안 꿈꾸고 준비해 온 조수미 성악 콩쿠르가 정말 열리는 건가 싶어서 제 살을 꼬집어 봤어요. 저로서는 너무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12일 프랑스 중부 시골 마을의 라페르테앵보 성에서 만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61)는 자신의 이름을 딴 제1회 성악 국제 콩쿠르 결승전을 앞두고 꿈을 이루게 된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조수미는 지난해 7월 이곳에서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 출범 기념 발대식을 연 뒤 1년간 차곡차곡 준비해 이날을 맞았다.

조수미는 “이런 콩쿠르를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성악가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저 역시 재주는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시절 콩쿠르에 참가한 게 큰 도움이 됐다”며 “그래서 젊은 성악가들에겐 콩쿠르가 정말 필요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특히 “전 세계를 돌아다녀 보면 재능있는 음악가가 정말 많다. 그런데 동양이나 남미 쪽 음악가들에겐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주 무대인 유럽에 그들이 서려면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수미는 본인 자신도 콩쿠르 참가 경험이 많고, 지금은 성악계 최고 권위자로서 여러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성악가들에게 이상적인 콩쿠르는 어떤 것이라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은 자신에게 많은 기회를 안겨 준 프랑스에서 이루고 싶었다.

조수미의 명성답게 대회 첫해인데도 전 세계 47개국에서 18∼32세 성악가 500명이 지원했다.

조수미는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 영상을 올리라고 했는데, 한 85%가 제 앨범을 듣거나 공연을 봤다고 하더라. 저를 보고 성악가를 꿈꿨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심사위원들이 이들 모두 ‘조수미 키즈’라고 했는데, 새삼 제대로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총 24명이 콩쿠르 본선에 진출해 이달 7일부터 라페르테앵보에 모여 마지막 관문을 거쳤다.

조수미는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갖고 참가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 뜻밖이었다”며 “더 기뻤던 건 성악가들의 수준이 정말 놀랄 정도로 높았다는 것”이라고 참가자들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조수미는 이번 대회를 여타 클래식계 콩쿠르와는 다르게 만들고 싶었다. 경쟁만 있는 대회가 아닌 문화와 교류가 어우러진 화합의 장으로 만들려 했다.

이를 위해 본선 진출자들에게 라페르테앵보의 거주민 집에서 홈스테이하도록 했다. 진출자들 전원이 인근 고성을 방문하며 친목과 우정을 쌓는 시간도 가졌다.

하지만 경쟁은 경쟁이다.

전날 관중들의 투표로 24명 중 8명이 최종 결승에 올랐다. 이들 외에 패자 부활전 식으로 관중들이 한 명을 추가로 결승전에 올렸고, 조수미와 심사위원장을 맡은 올리비에 오이제로비치씨가 각각 한 명을 추가로 뽑아 결승 무대에 설 기회를 줬다. 이로써 총 11명이 겨루게 됐다.

콩쿠르 우승자에게는 5만 유로(약 7천500만원), 2등에겐 2만 유로(약 3천만원), 3등에겐 1만 유로(약 1천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상금 규모가 꽤 크다.

조수미는 “대회에 참가하는 성악가들에게 정말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심사의 형평성을 고려해 위원장을 맡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심사 기준은 명확하다.

그는 “이제는 노래만 잘해서 되는 세상은 아니다. 글로벌 시대이기 때문에 문화적인 생각이나 언어 능력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가수가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대에 서서 관중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자신이 가진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그 능력도 볼 것”이라며 “자기가 왜 음악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생각이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서 우승한 성악가들에겐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조수미는 “우승자들이 바로 캐스팅될 수 있게 도와주고, 음반도 만들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콩쿠르로 끝이 아니라 빅시스터처럼 도와주려 한다”고 말했다.

우승자들은 앞으로 조수미 국제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돼 함께 공연할 기회도 얻는다.

2026년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는 만큼 그에 맞춰 우승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도 고민할 계획이다.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는 2026년에 2회 대회가 열린다.

조수미는 “이번엔 오페라만 경연 종목으로 삼았는데, 좀 더 욕심을 낸다면 다음엔 예술가곡이나 바로크 음악 등 다른 장르도 넣고 싶다”며 “음악적으로 좀 더 어려운 도전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2년 뒤엔 더 많은 참가자가 오고 더 높은 수준의 콩쿠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더라도 이 콩쿠르가 영원히 이어져서 세계적으로 젊은 성악가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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