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K 클래식의 저력 ‘음악을 좋아하는 것’

“임윤찬은 뛰어난 재주…K 클래식 굉장히 잘하고 수준 높다고 인정받아”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은 16일(현지시간) K 클래식의 저력은 음악을 좋아하는 데서 나온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날 협연한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관련해서는 “잘하죠. 아주 뛰어난 재주를 타고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날 뮌헨 필하모닉과 리허설을 한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K 클래식과 관련,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몰랐죠. 한국 사람들이 음악을 하니 신기하다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하도 잘하는 이들이 많이 생겨서 한국 사람들이 음악을 굉장히 잘하고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인정받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하고는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이 K-클래식이 발전할 수 있었던 저력과 관련해서는 “일단 젊은 음악가들이 그만큼 잘하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특히 노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뮌헨 필하모닉은 15∼16일 본거지인 독일 뮌헨의 이자르 필하모니에서 정명훈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협연했고, 17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과 협연한다.

15일 임윤찬의 독일 무대 데뷔는 대성공이었다. 전석 매진됐고,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이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K-클래식 팬덤이 느껴진다고 뮌헨 필하모닉 측은 밝혔다.

임윤찬의 협연 곡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이 곡은 정명훈이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뒤 같은 해 10월 카네기홀에 데뷔할 당시 쳤던 곡이기도 하다. 이어 베토벤 3번 교향곡 영웅을 무대에 올렸다.

정명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이제 안친지가 40년도 넘는다”면서 “일생 해도 힘든 곡 중 하나”라고 말했다.

57년 전인 13살 때 학교에서 선생님 대신 처음 ‘영웅’을 지휘한 그는 베토벤과 관련, “베토벤 같은 거인은 지휘할수록 더 좋아진다”면서 “매번 할 때마다 무엇인가 더 발견하고, 더 뜻을 찾고 그렇기 때문에 계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깊이 있는 천재적인 음악이기 때문에 아무리 이번에 잘했다고 생각해도 모자라는 게 항상 있기 때문에 일평생 그냥 헤매다가 그러는 거죠”

뮌헨 필하모닉은 오는 24일 대구, 25일 대전,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29일과 30일 세종문화회관, 12월 1일 롯데콘서트홀 무대도 앞두고 있다. 역시 베토벤을 피아니스트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한다.

정명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등 전쟁의 시대 음악의 역할과 관련, “살면서 희망을 얻을 수가 있고, 그러니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음악가로서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안 해요. 일단 한번 사는데 먹고 자고, 가족을 갖는 것보다 음악이 더 중요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는 않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 있고, 음악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나는 굉장한 행운아예요”

그는 음악을 통한 남북 협력 노력과 관련해서는 “10년 전 처음 이북에 갔을 때는 조금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면서 “그래도 그 꿈을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해 ‘원 코리아’ 콘서트를 하는 등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났지만, 지휘자로서 한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다”면서 “책임을 항상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주요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경우 일본 갔다가 중국 갔다가 한국에서 한두차례 하는 데 그쳤는데, 올해 들어 유럽 최고의 역사를 지닌 독일의 명문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한국에서만 공연했고, 뮌헨 필하모닉도 한국에서 7차례 공연을 한다. 한국의 발전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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