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협력센터, 270명 대상 1차 동포 차세대 연수 성료
28년간 차세대 모국연수에 1만5천여명 참가…”뿌리의식 커져”
정체성 확립·모국 유대감 강화·글로벌 리더십 육성에 도움
“거주국에서 현지인들이 한류의 저력이 무엇인지 물어볼 때마다 저도 궁금했는데 이번 연수에서 역사와 전통문화를 체험해 보니 알겠더군요. 덕분에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이 커졌습니다.”
“K-역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궁과 박물관을 처음 둘러봤는데 편안한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뿌리에 대한 확신이 생겨서 기쁩니다.”
재외동포청 산하기관인 재외동포협력센터(센터장 김영근)의 ‘2025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 1차 연수’에 참가한 25개국에서 온 270여명의 청소년은 한목소리로 “아이 러브 코리아”를 외쳤다.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진 연수를 마친 이들은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22일 출국을 앞두고 연합뉴스에 이같은 소감을 밝히며 “무엇보다도 정체성이 커진 것이 최고의 수확”이라고 기뻐했다.
연수 기간 이들은 독립기념관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등을 방문해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또 부여와 공주에서 백제 역사 문화를 탐방하고 인천 해양박물관 견학 및 강릉 고적지 답사 등도 함께했다.
특히 백제 시대의 궁궐·마을·사찰 등을 재현한 복합 유적지인 부여의 백제문화단지를 둘러보고 사비공예마을에서 전통공예를 체험한 참가자들은 전통문화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참가자들은 “사극에 나오는 전통 마을이 그냥 예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철학을 담고 있어 감동적이라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 후손 허가이 베로니카 씨는 “민속마을을 둘러보면서 옆집이 다 들여다보이는 낮은 담을 쌓은 이유가 서로 터놓고 지내며 교류하자는 의미라니 얼마나 이웃과 우애가 깊었는지 알겠다”면서 “현지에서 못 느꼈던 우리 민족의 ‘정’에 마음이 열리는 느낌”이라고 즐거워했다.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는 먼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다 숨진 이민 선조들의 안식을 기원했고, 독립기념관에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해외에서 펼친 독립운동 역사를 배우고는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뜨거운 모국애도 확인했다.
특히 연수 기간 내내 다양한 한식을 맛보며 K-푸드의 매력에도 푹 빠져들었다. 과테말라에서 온 문준영 씨는 “본고장에서 먹어본 한식은 깊은 맛이 느껴졌고 입맛에 맞아 내가 한인 후손이란 걸 실감했다”고 놀라워했다.
청소년들은 연수 프로그램 중 하나로 K-산업 발전상을 보여주는 산업체 현장도 돌아봤다. 불닭볶음면으로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삼양라면 공장, 첨단 바이오산업의 현장인 인천 바이오클러스터, 모빌리티 산업 현장인 현대모터스튜디오 등을 방문했다. 또 모국 청년들과의 교류하며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청소년과 청년으로 나눠 8월 17일까지 9차례 진행하는 올해 연수에는 모두 2천60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올해 연수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 한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함양하는 정체성(Koreanity) ▲ 재외동포와 모국 간 유대감을 증진하고 공동 발전을 추진하는 세계성(Globality) ▲ 글로벌 한인 역량 강화 및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3대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차세대 인재로의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차세대동포 모국 초청연수는 재외동포재단 시절인 1998년부터 시작됐다. 2021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온라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그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연수를 시행했고, 2023년 재외동포청이 출범하면서 사업이 재외동포협력센터로 이관됐다.
역사가 깊은 이 프로그램에는 재외동포 차세대 청소년 8천857명, 대학생 4천88명이 참여했다. 올해 연수까지 포함하면 1만5천여명의 모국을 경험하게 된다.
프로그램의 성과로는 차세대와 모국 간의 유대감 강화가 첫 손에 꼽힌다.
모국 연수를 계기로 장기 한국어 연수에 참여하거나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국내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특히 모국과 거주국 간 가교 역할을 하는 인재로 성장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재외동포 중고생 모국연수의 효과성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연수 후 한국에 대한 이해, 한민족 정체성, 한국인으로서의 인식, 국내 청년과의 교류 욕구 등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청소년·청년기의 모국 방문 경험은 민족 정체성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나아가 한민족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사명감도 생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 작업에 참여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정은주 연구위원은 “이스라엘 정부는 해외 유대인 청소년 모두를 대상으로 10일간 모국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도 화교 등을 대상으로 ‘중국 뿌리 찾기 여행’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며 “동포사회가 모국의 우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연수사업을 수십 년째 지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차 연수 참가자들을 배웅한 김영근 센터장은 “한민족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한민족과 인류사회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라며 “보다 많은 동포 차세대가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