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돌려줄 돈”…’홍콩 ELS’ 가입자들 “원금 보상하라”

“정기예금이라 속여놓고 이제와서 투자라니”

금감원 앞 ‘피해자 모임’ 집회…은행·금융당국 성토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가입자들이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홍콩지수 ELS 피해자 모임은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기관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 판매 의혹을 규탄했다.

결의문을 대표 낭독한 이모씨는 “(은행은) 홍콩 지수가 2016년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는 위험한 상품임을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로 고객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법을 어기고 부당하게 권유했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어떻게 모든 고객이 한결같이 ‘가입 시 원금 손실 우려가 없다. 이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녹인 날 일이 없다’라고 똑같은 안내를 받았느냐”며 “이는 전적으로 실적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시중 은행들의 욕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완전판매로 인해 피해자들이 입은 금액에 대해 원금을 전액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ELS 재가입자 50대 주부라고 소개한 A씨는 발언대에서 “재가입자는 원금손실, 홍콩 지수 하락에 대한 설명 없이 가입을 권유받았다”라고 말했다.

A씨는 “재가입한 ELS는 임대 준 집의 전세자금”이라며 “30년 가까이 아끼고 모아온 피같은 돈과 얼마 뒤 반환해줘야 할 전세금이기에 되찾고 싶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30대 여성 B씨는 “적금이 만기가 돼서 은행에 갔더니 창구 직원이 VIP실로 안내해 ‘자신도 ELS 상품에 가입했다’라며 적극 권유했다”고 했다.

B씨는 “20년 이상 믿음으로 거래해온 제1금융권 은행 직원이 자신도 가입했다고 하는데 안 넘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수차례에 걸쳐 ELS에 가입했다가 2021년 전 재산을 맡기게 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초고위험 상품을 은행에서 판 것, 이를 승인한 금감원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집회 참가자들은 검은색 우의를 입고 머리에는 ‘불완전판매’가 쓰인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불완전 판매 해놓고서 책임회피 웬말이냐’, ‘ELS 원금 전액 보상하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LS는 기초자산인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 흐름과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으로, 기초자산 가치가 애초 증권사가 설정한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은행권은 ELS 판매 과정에서 가입상품 위험등급, 원금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이해 여부를 고객으로부터 자필 또는 녹취를 받아 확인을 거쳤으므로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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