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 한인 정치인들 “전체 권익 대변해야 주류사회도 인정”

‘세계한인정치인포럼’서 경험담 공유…동포 장학생 멘토링도

“한인은 미국에서 모범적인 소수민족에 속하지만 아시아계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은 여전합니다. 정치가로서 인정받으려면 한인 커뮤니티를 넘어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아시아계 출신 여성으로 미국 네바다주 첫 대법관이 된 패트리샤 리 씨는 21일 재외동포협력센터와 세계한인정치인협의회 주최로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의 정치도전기 세션에서 자신의 경험을 참가자들과 나눴다.

주한 미군 병사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 미국으로 이주한 리 씨는 조지워싱턴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나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22년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리 씨는 미국 내 한인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는 언어 장벽 극복, 사회 공헌 활동 확대, 적극적 투표 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바다주 아시아계변호사협회와 아프리카계변호사협회에서 동시에 활동하며 인종·민족 간 교류에도 앞장서온 그는 “차세대가 더 많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의 도전이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리 씨는 뿌리 깊은 차별에 맞서는 방법으로 친절을 꼽았다. 주류 사회의 냉소와 경계를 허물기 위해서는 거친 대응보다는 상냥함을 잃지 않고 모범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폴 서 캘리포니아주 랜초 팔로스버디스 시의원은 ‘한인 정치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주제로 발표했다.

시 역사상 최초의 비백인 의원인 그는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소속 검사로 활동하다가 2022년 정치에 입문해 당선됐다.

서 씨는 “많은 한인들이 ‘한국계 시의원을 기다렸다’면서 축하해줘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2세대로서 초창기 이민 세대와 3세대 간 바통 역할에 충실하면서 한인 정치가를 뽑은 게 올바른 선택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기성 정치인이나 백인 유권자로부터 차별을 받을 때 “그런 말을 해도 난 너를 사랑하고 또 대변하겠다”고 대응한다면서 평정심을 유지할 것으로 당부했다.

조 엘레나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의회 부의장은 “1937년 러시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고려인들은 굳센 의지와 인내로 낯선 땅에 정착했고 지금은 성공한 기업가, 정치인, 문화예술계 인사 등을 배출할 정도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됐다”고 소개했다.

고려인협회 이사이기도 한 그는 “강제이주 후에도 한인 정체성을 이어온 역사를 차세대에게 전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말했다.

행사에는 재외동포협력센터 초청 장학생 30여명도 참가해 한인 정치인들과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연세대에 재학중인 박정현씨는 “겸손하게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는 선배 정치인들의 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섬기는 리더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진 오찬 간담회에서 이상덕 재외동포청장은 “외교관 시절 한인 정치가들의 활약 덕분에 주류사회와 수월하게 소통한 경험이 있다”며 “한인 정치인들의 크고 작은 움직임이 한인사회와 거주국 사회를 보다 밀접히 연결하고, 모국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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