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짜? 그럼 너희는?” 인간음악에 도전장 낸 AI 록밴드

벨벳 선다운, 6월초 데뷔곡 발표…유럽 스포티파이 순위 단숨에 상위권

AI 조작 논란 속 7월 초 ‘정체’ 실토…”우리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산다”

유럽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록밴드가 알고보니 얼굴부터 목소리까지 인공지능(AI)이라는 실체가 뒤늦게 드러난 뒤에도 인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이 9일 전했다.

이 밴드는 ‘벨벳 선다운'(The Velvet Sundown)이라는 그룹으로, SNS 사진에서는 각각 보컬, 기타, 드럼 등을 맡은 4인조 캐릭터로 소개돼있다.

이들은 6월 5일 발표한 데뷔곡 ‘플로팅 온 에코스(Floating on Echoes)’가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유럽 순위에서 단숨에 상위권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포크·인디 음악을 섞은 록 음악으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게 들리는 편안한 선율과 목소리”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같은 입소문을 타고 이 밴드의 노래는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스트리밍 순위에서 빠르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돌풍 뒤에서는 이들의 ‘정체’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 밴드의 분위기가 1960년대를 풍미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록밴드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reedence Clearwater Revival)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밴드 이름인 ‘벨벳 선다운’도 196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에 획을 그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를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밴드 속 캐릭터의 공연 이력, 언론 인터뷰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다.

이런 구설에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던 이 밴드는 6월 말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멤버들의 사진을 공개했으나 오히려 논란은 증폭됐다.

문제의 사진에서는 기타를 잡고 있는 손가락이 실제 사람의 손가락과는 다르게 기괴하게 합쳐져 있다거나, 마이크 줄이 소맷자락으로 연결돼있다, 눈빛에 생기가 없다는 등의 ‘괴담’이 퍼져나갔다.

그러다 7월 5일 ‘벨벳 선다운’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은 이 밴드가 실존 인물들이 아니고 AI라고 실토했다.

입장문에는 “모든 캐릭터, 서사, 음악, 목소리, 가사는 AI 지원으로 만들어진 원조 창조물”이라면서 “인간도 기계도 아니고, 우리는 그사이 어디쯤 산다”고 적혀있다.

이런 소동에도 ‘벨벳 선다운’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는 110만명을 넘어섰으며, “청취자들은 이들의 음악을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하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의 노래는 단돈 몇달러에 기존 음악을 합성해주는 소프트웨어 등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오는 14일 차기 곡 발표를 예고하면서 도발에 가까운 홍보 문구를 내놨다.

X 계정에 지난 2일자로 올라온 글에서 이들은 홍보 영상과 함께 “그들은 우리에게 진짜가 아니라고 한다. 아마 너희도 진짜는 아닐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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