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한국 탁구 ‘파랑새’로 자란 신유빈, 두 번째 동메달 ‘스매시!’

유승민 탁구협회장 “도쿄보다 파리에서 더 성장…4년 뒤 LA 기대감”

온 국민의 귀여움을 받던 ‘삐약이’가 한국 탁구의 ‘파랑새’로 다시 태어났다.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10일 전지희(미래에셋증권), 이은혜(대한항공)와 동메달을 합작한 신유빈(20·대한항공)은 어린 시절 TV로 먼저 이름을 알린 선수다.

다섯 살이던 2009년 SBS 예능 프로그램인 ‘스타킹’에 ‘탁구 신동’으로 출연해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팽팽한 탁구 대결을 펼쳐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신유빈은, 테이블에서도 실력을 뽐내며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음을 증명해나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 선수를 4-0으로 완파해 화제를 모았고, 중학교 2학년 때엔 조대성(삼성생명)과 한 조로 종합선수권 혼합복식에 나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당시 만 14세 11개월 16일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아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을 썼다.

2020 도쿄 올림픽 세계 단체예선전은 신유빈이 국제무대 경쟁력을 제대로 입증해낸 무대였다.

당시 여자 대표팀은 패자부활 토너먼트까지 몰렸는데,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신유빈이 맹활약을 펼친 덕에 극적으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신유빈은 도쿄 대회에서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으나 당차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명승부를 연출해냈다.

힘껏 타구를 날릴 때 내는 기합소리로 ‘삐약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도쿄 대회 뒤 시련이 찾아왔다.

아버지 신수현씨가 “좀 쉬라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고 토로할 정도로 지나치게 훈련에 매진하던 신유빈은 2021년 11월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오른 손목 피로골절 부상을 당해 기권하고 만다.

반년 만에 테이블로 복귀했으나 부상은 재발했고, 신유빈은 결국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두 번이나 수술을 해야했던 이 부상 때문에 신유빈은 마음껏 훈련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몸이 됐다. 무리하면 손목에 염증이 올라온다고 한다.

부상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지 못했는데도, 신유빈은 더 강해지기만 했다.

지난해 5월 더반 세계선수권에서 전지희와 함께 한국 선수로는 36년 만에 여자 복식 결승에 오르더니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이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전지희와 여자 복식 우승을 합작하며 한국 탁구에 21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더니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2개를 수확했다.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동메달을 따내더니 이날은 언니들과 여자 단체전에서 독일을 물리치고 두 번째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가 ‘멀티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김택수(남자 단식 동메달·남자 복식 동메달), 현정화(여자 단식 동메달·여자 복식 동메달) 이후 32년 만이다.

신유빈이 올림픽 메달을 더 수확할 기회는 앞으로도 많다. 아직 스무살인 신유빈은 한국 탁구의 ‘파랑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은 “신유빈은 도쿄보다 파리에서 더 성장했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선 또 다를 것”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한 명의 스타가 다양한 지원 등으로 종목을 살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신유빈이라는 스타의 등장은 굉장히 고무적”이라면서 “1988년, 2004년에 스타를 통해 종목을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잘 못 살린 부분이 있다. 이번에는 탁구협회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택수 탁구협회 부회장은 “도쿄 대회 뒤 신유빈의 실력보다는 귀여움 등 외적인 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유빈이가 항저우에서, 올림픽에서 실력으로 보여줬다. 진짜 스타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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