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진, ‘정신병동’에서의 따뜻한 이야기 언급

사진출처=넷플릭스

집요하고 엉뚱한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역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마주 앉은 배우 연우진이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소매를 걷고 두 손을 펼쳐 보였다.

엄지로 손가락을 하나씩 차례대로 꺾더니 관절에서 나는 ‘드드득’ 소리에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관절 주변 기포가 터지면서 나는 소리라서 시간을 잘 계산하지 않으면 소리가 안 나는 수가 있다”며 “연기할 때도 나름 철저하게 계산해서 손마디를 꺾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연우진은 넷플릭스 새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도’)에서 무엇이든 꽂히면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과 설명하기 힘든 엉뚱함을 갖춘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을 연기했다.

강박 장애가 있어 시도 때도 없이 ‘드드득’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꺾는데, 왠지 모르게 같은 병원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을 만날 때마다 증상이 사라진다.

연우진은 “동고윤은 이름 때문인지 동글동글하고 굴러다닐 것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의 독특함과 괴짜다움에 방점을 찍었다”며 “‘에지(edge)’ 있는 모습이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작품 속에서 쉬어 갈 수 있는 장면을 되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사소한 디테일도 고민했다.

연우진(사진)은 “동고윤은 한쪽 발을 의자에 올리고 쭈그려 앉아 있는 습관이 있는데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추가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 자세가 치질 환자에게는 정말 안 좋은 자세예요. 본인도 치질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도 동고윤은 그 자세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런 집요함과 고집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정신병동에도’는 커튼이 없어서 아침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정신병동 속 마음 시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환자들을 비추는 따뜻하고 담백한 시선이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연우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빌런’이나 큰 갈등 구조 없이도 온기로 이야기를 가득 채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죠.”

손가락을 꺾는 강박을 멈추게 만드는 정다은에게 관심을 갖게 된 동고윤은 그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되면서 어느새 주체할 수 없이 마음이 커진다.

그러나 마치 아침 햇살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다은은 심한 우울증에 걸리게 되면서 빛을 잃어간다. 한 달만 기다려주면 건강한 상태로 돌아오겠다더니 결국 증세가 심해져 정신 병원 보호 병동에 입원한다.

동고윤은 이런 다은을 재촉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아프고, 무너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다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연우진은 “서로를 치유해주는 성숙한 멜로를 연기하면서 저도 배운 점이 많았다”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고윤의 사랑법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친구사이?'(2009)로 데뷔한 연우진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2010), ‘오작교 형제들'(2011), ‘연애 말고 결혼'(2014), ‘7일의 왕비'(2017), ‘서른, 아홉'(2022) 등에 출연해왔다.

‘서른, 아홉’, ‘정신병동에도’ 등에서 자상하고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한 연우진은 “새로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며 “좋은 사람 연기를 연달아서 했으니 이제 양면성을 띤 캐릭터를 맡기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역할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연기자라는 도구로써 알맞게 쓰이고 싶습니다. 전에는 완벽하게 잘하고 싶어서 아등바등 노력했었는데, 요즘에는 조화를 이루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느껴요. 주위 사람들을 더 존중하고 믿어가며 앞으로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해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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