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같은 사람들이 희생됐어”…중국인 이민자 1세대들의 슬픔

안산 원곡동 다문화특구 내에 화성 공장 화재 희생자 분향소 설치

경찰관 ‘분향소 설치 시비 막말’ 논란…경기남부경찰청 “발언 부적절”

“손자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소중한 생명을 잃었어요. 너무 비참하고 눈물겹고 가슴이 아파요.”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뒤 귀화한 중국 이민자 1세대 손용웅(81) 씨는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특구 내에 마련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분향소’에서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는다. 명복을 빈다”고 말한 뒤 희생자들에게 헌화했다.

전국에서 다문화 인구가 가장 많은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에 마련된 이 분향소는 화성공장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설치했다.

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천응 목사와 안산에 사는 중국인 이민자들이 힘을 모아 천막을 치고 간이 탁자 2개를 가져다 임시로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탁자 위에는 희생자 23명의 한글 이름과 영문 이름, 나이, 성별, 비자 자격 등이 적힌 A4용지가 올려져 있었다.

희생자들의 신원은 박 위원장이 언론 보도와 출입국관리소 정보 등을 취합해 확인했다고 한다.

그는 “중국 현지에서 안산에 사시는 중국 교포들에게 문의 전화가 자주 온다고 한다”면서 “우선 희생자들의 정보를 알아야 하니까 이렇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향소가 설치되자 40여명 가까이 늘어난 중국인 이민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하얀 국화를 한송이씩 탁자에 올리며 추모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1세대들로 분향소 뒤편에 있는 한아름경로당에 다니는 분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오열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가슴 속 깊은 슬픔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중국동포의집 대표인 이정혁 목사는 “이주노동자로 와서 안타깝게 돌아가신 희생자들의 이야기가 쉽게 잊히거나 차별을 받을지 우려된다”면서 “이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고인들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차례차례 헌화를 마친 중국인 이민자들은 희생자들을 위해 모금 활동을 벌였다.

분향소는 오는 일요일까지만 운영될 예정이며 이후에는 안산이주민센터 등 다른 장소로 이전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책위가 설치한 분향소와 관련해 경찰이 “왜 분향소를 차리느냐”며 시비를 걸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천응 목사는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는데 관할 파출소장이 와서 허락받고 차리는 거냐, 동포들이 나라를 위해서 죽었느냐”는 취지로 시비를 걸었다”면서 “나라의 안전과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관이 이런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은 “관할 파출소장이 분향소 설치 현장에서 지자체 허가 여부를 확인하던 중 신고만 하고 허가받지 않았다는 말에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내국인 5명, 외국인 18명(중국 국적 17명, 라오스 국적 1명)이다.

현재까지 인적 사항이 특정된 사망자는 총 17명이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