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추억 품고 온 잔나비…”우리음악 과자처럼 꺼내드시길”

단독 콘서트서 정규 4집 선공개…과거 향수 현대적으로 재해석

“앨범 준비로 햇빛 못 봐 우울해지기도”…무대 뛰어다니며 “내 집 같아”

그룹사운드 잔나비는 지난 11년 동안 고집스러워 보일 만큼 자기만의 색깔을 지켜왔다.

초고해상도(UHD) 시대에 브라운관 TV가 연상되는 복고적 질감의 멜로디, 손으로 눌러 쓴 손 편지 같은 가사, ‘그룹사운드’ 명칭까지 ‘올드 패션드'(Old-Fashioned)라는 팀의 정체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이들은 자신들의 노래와 연주에 청춘의 에너지를 덧칠하면서 과거에만 매이지 않고 동시대에 통용될 음악을 꽃피워냈다.

지난 2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잔나비의 단독 콘서트 ‘모든 소년소녀들 2025’도 꼭 이러한 공연이었다.

잔나비는 정규 4집 ‘사운드 오브 뮤직 pt.1′(Sound of Music pt.1) 발매를 하루 앞두고 연 무대에서 ‘우리는 과거로부터 미래를 창조할 것'(We will create the future from the past)이라는 포스터 속 문구와 같이 시간 여행자처럼 향수를 끄집어냈다.

기타리스트 김도형은 “과자, 사탕, 껌처럼 쉽게 저희의 음악을 꺼내 드셔달라”고 익살맞게 당부했다.

팀의 보컬 겸 프론트맨인 최정훈의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로 4집 신곡 ‘플래시'(FLASH)가 시작되자 무대 뒤 LED에서 ‘꽝꽝’ 번개가

최정훈은 ‘할렐루야 온 마이 헤드(Hallelujah on my head), 내가 기다리는 번갯불 모양’이라며 창작의 영감을 갈구하는 고음을 내질렀고, 김도형은 그를 마주보며 혼신의 힘으로 연주를 이어 갔다. 땀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에너지가 번개처럼 번쩍이는 듯했다.

이들의 4집 파트.1에는 ‘플래시’와 타이틀곡 ‘사랑의이름으로!’를 비롯해 처음으로 음악을 느낀 순간의 감정을 기록한 ‘뮤직’, 무언가를 위해 뛰어들 수 있으리란 결심을 담은 ‘아윌다이포유♥X3’,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인 ‘모든 소년 소녀들2 : 무지개’ 등 8곡이 수록됐다.

두 멤버는 신곡 몇 곡을 미리 선보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추억을 상기시키는 잔나비표 러브송인 ‘사랑의이름으로!’에선 진지하면서도 낭만적인 가사가 돋보였다.

최정훈은 “저는 집과 작업실이 분리돼 있지 않아서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며 “오늘 공연하며 ‘여기가 내 집인가’라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형도 “정말 많이 이 순간을 기다려 왔다”며 “그간 앨범을 준비하느라 햇빛을 못 봐서 우울해지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는데, 이제 여러분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로 잘 알려진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만큼은 180도 변신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에너지를 뿜어냈다.

최정훈은 리듬에 맞춰 ‘막춤’도 마다하지 않았고, 김도형은 솔로로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그윽하게 불러 숨겨둔 노래 실력을 뽐냈다.

최정훈이 ‘왓츠 업'(What’s Up) 노래 도중 집어 든 꽹과리 연주에 김도형의 기타 연주가 어우러지자 흥겨운 사물놀이 무대가 펼쳐진 듯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인 이 무대가 끝나자 최정훈은 온 힘을 다 쏟아낸 듯 다리를 비틀거리기도 했다.

최정훈은 “저희를 혹시 (조용한) ‘감성 밴드’인줄 알고 오신 분이 있느냐. 그렇다면 죄송하다”고 농담을 건넸다.

또 “무대에서 살살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우리 엄마도 그러신다. 거기 있는 사람들 가운데 네가 가장 신났다고 할 정도”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잔나비는 다음 달 3∼4일 같은 장소에서 단독 콘서트 2주차 공연을 이어간다. 이들의 4집 파트.1은 28일 오후 6시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저는 굉장히 복 받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뒤에서는 가열차고 치열하게 준비하지만, 무대 위에선 늘어놓고 놀 뿐인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주시니까요. 앞으로 더 좋은 음악과 콘서트로 위로를 드리고, 같이 즐기면서 이 사랑을 갚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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