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전쟁…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뉴스는 무얼까

알랭 드 보통이 질문한 ‘뉴스’…신간 ‘현대 사회 생존법’

산업혁명이 촉발한 통신과 과학기술 발달로 19세기 중엽부터 사람들은 지구 곳곳의 소식을 알게 됐다. 신문발행 부수는 이때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 1870년이 되자 뉴욕에선 ‘더선’ ‘뉴욕 헤럴드’ ‘뉴욕 데일리 뉴스’ 독자가 각각 하루 10만명 수준으로 올라갔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876년 매일 35만부를 판매했다. 프랑스 일간 ‘르 프티 주르날’은 1890년대 세계 최초로 100만부를 돌파했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신문 열풍을 두고 현대 시민들의 삶에서 아침 기도를 대체한 건 신문 읽기라고 했다.

현대성의 상징이 된 신문 읽기는 과연 삶에 도움이 됐을까. 스위스 출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최근 출간된 ‘현대 사회 생존법'(오렌지디)에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책은 그와 그가 영국 런던 등에 세운 ‘인생 학교'(The School of Life) 관계자들이 함께 썼다.

책에 따르면 신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타인의 재난 이야기다. 수많은 사고와 강력 사건 이야기가 매일 신문 지면에 담긴다. 역사에선 늘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만, 그걸 매일 들춰내 사람들에게 알려준 매체는 일찍이 없었다. 저자는 “매일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자발적으로 공포의 강물에 몸을 적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특히 기자들이 미담보단 사건·사고나 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신문에 담는 걸 선호하기에 독자들은 삶에 대해 기울어진 정보를 얻기 십상이다. 저자는 신문이 사건을 보다 명확히 살펴볼 ‘계몽의 도구’인 척했지만, 결국은 실제 삶의 모습을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신문은 사람들 대부분이 친절하단 사실을, 기차는 대부분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날이 조용히 별 일없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했다.”

게다가 신문은 침소봉대(針小棒大)하기도 하고, 여론몰이하면서 문제를 키우기도 한다. 20세기 초 다다이즘 운동에 참여한 예술가들은 신문이 제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지식을 얻고, 아둔함을 고치려 했지만, 그리되지 못했다. 오히려 읽기를 통해 왜곡된 정보를 토대로 한 잘못된 자신감만 얻어 “박식한 바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박식한 바보가 되느니, 뉴스를 멀리하는 게 어쩌면 삶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그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면서 정말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껏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들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정말 필요한 뉴스는 용서하고, 반성하고, 음미하고, 감사하고, 고요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뉴스다. 이런 뉴스야말로 화재, 살인, 추락, 위기와 같은 소식들을 제쳐두고 우선하여 받아들임으로써 우리 마음에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뉴스란 가끔, 사실 대부분은 그저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중 가장 덜 중요하고 가장 덜 긴급한 것인지도 모른다.”

책에는 뉴스 외에도 소비자본주의, 광고, 물질주의, 민주주의, 가족, 사랑, 성, 외로움, 과학과 종교 등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설이 담겼다.

최민우 옮김. 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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