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집안 물건들을 박살 내고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고, 사람을 밀어낸 뒤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나른하게 하품한다. 뻔뻔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고양이, 가필드의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영화 ‘가필드 더 무비’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고양이 캐릭터 가필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1978년 미국의 만화가 짐 데이비스가 세 컷짜리 신문 만화로 처음 선보인 이래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이 캐릭터는 40년이 넘는 세월에도 그 매력을 잃지 않았다.
3D 애니메이션으로 가필드 특유의 풍성한 오렌지빛 털과 넓적한 얼굴, 통통한 배까지 세세하게 구현했다. 피자 한 판을 꿀꺽 삼키는 엄청난 먹성과 월요일을 싫어하는 게으른 태도, 냉소적인 말투도 그대로다.
영화는 가필드가 이른바 ‘아깽이'(새끼 고양이)이던 시절부터 우연히 외로운 청년 존을 만나 함께 살게 되는 과정,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아버지 빅과의 갈등과 화해까지 담았다.
곱게 자란 집고양이 가필드는 납치된 뒤 길바닥 신세가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린 시절 뒷모습만 기억에 남아있던 아버지 빅을 만나고, 그 때문에 우유배달 트럭을 훔쳐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는다.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불신만 가득하던 가필드는 우여곡절을 넘기면서 조금씩 빅의 마음을 깨닫는다.
초반에는 여러 에피소드가 다소 산만하게 펼쳐진 듯하지만 후반으로 향할수록 성장과 부성애라는 주제로 합쳐진다. 가필드 곁에서 늘 도움을 주는 충직한 강아지 오디, 보호소에 갇힌 뒤 복수를 다짐한 고양이 징크스 등 다양한 캐릭터가 이야기에 맛을 더한다.
짐 데이비스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쿠스코? 쿠스코!’, ‘치킨 리틀’을 감독한 마크 딘달이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가필드의 목소리 연기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 출연한 크리스 프랫이 맡았다. 한국어 더빙판에서는 배우 이장우가 연기한다.
빅의 목소리는 사무엘 L. 잭슨이, 존은 니콜라스 홀트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