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완전체에 8만명 핑크빛 물결…폭염 뚫고 ‘뛰어!’

1년 10개월 만 월드투어 ‘데드라인’ 출발…신곡 ‘뛰어’ 첫 무대

3만9천명씩 이틀 공연 매진…히트곡·’아파트’ 등 솔로 무대에 ‘떼창’

“다양한 색깔 낼 수 있어 떨려…중독적인 신곡 많이 사랑해달라”

“저희가 이번에 단체와 솔로 무대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어서 (설레고) 떨렸어요.”(지수)

긴 기다린 만큼 네 멤버가 뿜어내는 열기는 뜨거웠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제니, 지수, 로제, 리사는 마치 공백기가 없었던 것처럼 ‘척척’ 맞아떨어지는 호흡을 자랑했다. 이들은 지난 1년 10개월간 솔로 팝스타로 각자 세계를 누빈 내공을 자랑하듯 때로는 개인 무대로 강한 개성을 뽐냈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5∼6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새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으로 다시 뭉쳤다.

블랙핑크는 공연 둘째 날인 6일 “오늘도 많은 분이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다들 이 더위에 너무 멋있게 차려입고 오셨다”고 오랜만에 팬들을 마주한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2∼2023년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로 1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K팝 걸그룹 콘서트 동원 신기록을 세운 이래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각자 솔로 가수로 활약했다.

이 기간 로제는 메가 히트곡 ‘아파트'(APT.)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K팝 사상 최장 기간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고, 제니·리사·지수도 솔로 음반으로 글로벌한 영향력을 자랑했다.

블랙핑크는 지난 2023년 9월 ‘본 핑크’ 앙코르 공연에서 “앞으로도 멋있는 블랙핑크가 되겠다”고 했는데, 이번에 완전체로 복귀해 회당 3만9천명, 양일간 7만8천명의 ‘블링크'(팬덤명)를 만나며 그 약속을 지켰다.

대형 LED에서 공연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이후 오픈카를 탄 멤버들의 영상이 나타나자 스타디움은 떠나갈 듯한 환호로 가득 찼다.

블랙핑크는 이날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로 공연의 포문을 열어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불장난’ 등 히트곡으로 지난 9년간의 활동사를 망라했다.

멤버들은 팀의 구호와도 같은 ‘블랙핑크 인 유어 에어리어'(BLACKPINK IN YOUR AREA)라는 외침과 함께 리프트를 타고 등장해 카리스마 넘치는 랩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공연 초반부터 불기둥, 폭죽, 불꽃놀이가 ‘펑펑’ 터지면서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특히 록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라이브 밴드의 역동적인 사운드는 핸드 마이크를 이용한 멤버들의 보컬과 어우러지며 공연의 생동감을 더했다.

‘불장난’ 무대에서는 거대한 LED가 사분할 되면서 각 멤버를 클로즈업했고, 멤버 개개인이 내뿜는 색깔과 에너지를 세밀하게 포착해 전달했다.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3만9천명의 관객은 ‘렛츠 킬 디스 러브!'(킬 디스 러브), ‘히트 유 위드 댓 뚜두뚜두 두!'(뚜두뚜두), ‘우리 사랑은 불장난!'(불장난) 등 히트곡 후렴을 떼창으로 따라 불렀고, 이는 핑크빛 응원 물결과 섞여 들어 장관을 이뤘다.

블랙핑크는 네 멤버 각자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는 솔로 무대도 선보였다.

지수는 ‘어스퀘이크'(earthquake)·’유어 러브'(Your Love)로 고혹적인 매력을 뽐냈고, 리사는 ‘뉴 우먼'(New Woman)·’록스타'(Rockstar)로 팀 활동에선 미처 보여주지 못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제니는 솔로 대표곡 ‘만트라'(Mantra)와 ‘라이크 제니'(like JENNIE)로 관객 전원을 일으켜 세우며 떼창을 유도했다.

이날 공연은 로제가 감성적인 솔로곡 ‘3AM’·’톡식 틸 디 엔드'(toxic till the end)에 이어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를 부르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익숙한 ‘아파트’ 인트로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를 따라 불렀고, 로제는 뿌듯한 표정으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분위기를 즐겼다.

블랙핑크는 정규 2집 ‘본 핑크'(BORN PINK) 이후 2년 8개월 만의 완전체 신곡 ‘뛰어’ 무대도 꾸몄다.

세련된 비트가 귀를 사로잡는 가운데 멤버들이 차례로 솔로 파트를 부르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180도 바뀌면서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신나는 사운드가 휘몰아쳤다.

‘붐바야’, ‘뚜두뚜두’, ‘셧 다운'(Shut Down) 등 기존 블랙핑크 히트곡과는 다소 결이 다른 중독적인 신곡에 팬들은 응원봉을 힘차게 흔들며 환영했다.

지수는 ‘뛰어’에 대해 “너무 중독되죠”라며 “저희의 신곡이 곧 공개될 예정인데, 여기서 먼저 무대를 공개한 거다. 곡이 공개되면 아주 많이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리사는 “사실 어제부터 진짜 떨렸는데, 아직도 떨린다”며 “그래도 다들 이렇게 저희와 같이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오랜만에 블랙핑크를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자리였지만, 1년 10개월 만의 무대임을 고려할 때 신곡이 1곡뿐인 점은 다소 아쉽게 다가왔다. 힘을 준 솔로 무대는 멤버 한명 한명이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음을 증명했지만,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 ‘완전체’ 콘서트에서 솔로 지향 ‘원심력’을 느끼게도 했다.

제니는 “저희가 투어를 시작하는 고양에 많은 분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늘을 마지막으로 저희는 월드투어를 떠나게 돼 아쉽다. 우리 ‘블링크’ 여러분을 다시 만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블랙핑크는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카고·뉴욕,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을 돌며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멤버들은 총 16개 도시의 스타디움급 공연장에서 총 31회에 걸쳐 팬들을 만난다.

이날 공연이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인근은 펄펄 끓는 폭염에도 일찌감치 각국에서 온 팬들로 북적였다. 팬들은 오랜만에 꺼내든 응원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블랙핑크의 음악을 틀고 틱톡 등 숏폼 콘텐츠용 챌린지 영상을 찍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서 새벽 KTX를 타고 올라온 쌍둥이 강민서(24)·강민석(24) 남매는 “신곡 ‘뛰어’는 블랙핑크의 기존 곡과 너무 색달랐다. 직관적으로 신나는 느낌이었다”며 “그래도 블랙핑크는 역시 블랙핑크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멤버가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뭉쳤을 때 그 시너지가 엄청난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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