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부모의 이혼 자체보다 가정환경이 자녀 정신건강에 더 큰 영향”
어렸을 때 부모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된 뒤 우울증 진단 비율이 더 높지만, 이는 이혼 자체보다 부모의 정신질환·물질사용장애 등 함께 겪은 가정 내 어려움의 영향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에스메 풀러-톰슨 교수팀은 31일 의학 저널 정신의학 연구(Psychiatry Research)에서 미국 성인 12만8천여명 분석 결과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기 우울증 진단 가능성(OR)이 41% 높았지만 부모의 정신질환과 물질사용장애를 함께 고려하면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풀러-톰슨 교수는 “이 연구는 아이들의 미래 정신건강이 부모의 혼인 상태보다 성장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부모의 정신질환과 물질사용 문제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부모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정신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가족 해체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부모의 이혼 자체와 함께 나타나는 다른 아동기 역경을 함께 고려해야 실제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행동위험요인감시체계(BRFSS) 조사 중 2021~2024년 자료를 이용해 18세 이상 성인 12만8천264명을 대상으로 부모의 결혼 상태와 정신질환 및 물질사용장애, 성인기 우울증 진단 여부 등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심각한 아동기 학대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어린 시절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분석 대상의 25.8%는 18세 이전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고, 1.7%는 부모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경우였으며, 전체 응답자의 15.5%는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장애를 진단받았다고 답했다.
분석 결과 부모 이혼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된 뒤 우울증 진단율이 19.2%로 부모가 이혼하지 않은 사람(14.1%)보다 높았으며, 이는 다른 요인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부모 이혼 경험자의 우울증 진단 가능성(OR)이 41%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부모의 정신질환을 고려해 분석하자 부모 이혼과 자녀의 성인기 우울증 간 연관성이 68%나 약해졌고, 부모의 물질사용장애를 보정한 경우에도 연관성이 49% 감소했다.
특히 두 요인을 동시에 고려하면 부모 이혼과 자녀의 성인기 우울증 간 연관성은 85% 감소해 통계적으로 더 이상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경우도 성인기 우울증 진단율이 18.7%로 부모가 계속 결혼 상태를 유지한 사람보다 우울증 가능성이 31% 높았지만, 부모의 정신질환과 물질사용장애 등을 고려하면 이 역시 연관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부모의 정신질환과 물질사용장애는 실제로 부모가 이혼한 집단에서 훨씬 흔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정신질환과 물질사용장애를 앓았다고 답한 비율이 부모가 이혼한 집단은 20.8%, 35%였으나 이혼하지 않은 집단은 9.4%, 15.3%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부모의 혼인 상태 자체보다 부모의 정신건강과 물질사용 문제, 정서적 학대나 방임, 가정폭력 목격 등 어린 시절의 다양한 역경이 장기적인 정신건강을 좌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알링턴 텍사스대 필립 바이든 교수는 “정신질환과 물질사용장애를 겪는 부모를 지원하는 것은 자녀의 장기적인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Psychiatry Research, Esme Fuller-Thomson et al., ‘Long After the Split: The Association Between Parental Divorce and Mental Health in Adults’, http://dx.doi.org/10.1016/j.psychres.2026.1173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