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때부터 검찰과 대립각…정경심 유죄 확정 등에도 입장 유지
법원 “진지한 반성 아냐”…대법원 예규상 법정구속은 감소 추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비리 등과 관련해 8일 2심에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1·2심에서 혐의의 주요 사실관계가 모두 인정됨에 따라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극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감 생활을 하게 될 위기에 몰렸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장관이 지지층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사과하면서도 혐의는 끝내 부인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이런 결과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송구하다”면서도 혐의 부인하며 검찰 맹비난
조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을 때부터 자신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2019년 8월 25일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의 법과 제도에 따르는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고 명시적으로 사과하면서도 의혹 자체는 사실로 인정하지 않았다.
9월엔 기자회견을 자처해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것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딸 논문·인턴십·수상 관련 의혹이나 장학금 수령 논란 등 핵심 의혹은 여전히 모두 부인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이후 서초동에서 이른바 ‘조국 수호’ 촛불집회가 열리는 등 국론 분열 조짐까지 보이는 가운데서는 검찰을 향한 비난 수위를 한층 높였다.
2020년 5월 8일 자신의 1심 첫 정식 공판에 출석하면서 “저를 최종 목표로 하는 검찰의 전방위적 저인망 수사가 있었고 마침내 기소까지 됐다”고 호소했고,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2년 6월에는 저서 ‘조국의 시간’을 펴내 검찰이 장관 낙마를 목적으로 한 ‘표적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검찰의 정치적 보복 수사 대상이 됐고, 온 가족을 겨냥한 과잉 수사로 ‘멸문지화’를 당하는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가 됐다는 논리였다.
이런 주장을 통해 현 야권 지지층의 ‘정치적 지원’을 받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재판은 불리하게 흘러갔다.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1·2심에 이어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는 등 관련 재판에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인정되는 결과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조 전 장관도 법정 안팎에서 여러 차례 반성의 뜻을 내비쳤지만,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기본 입장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그는 2022년 1심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제 말과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한다”면서도 “검찰의 의심과 추측과 주장이 실제 사실관계와 다를 수 있음을 한번 더 생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 재판부, 불리한 양형 사유 명시…”진지한 반성 아냐”
2심에서도 조 전 장관의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작년 7월 검찰이 딸 조민 씨의 기소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입장문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혐의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공모 여부에 대해선 “문제 서류의 작성·발급·제출 과정이 어떠했는지, 이 과정에서 부모 각자의 관여는 어떠했는지는 법정 심리에서 진솔하게 소명하고 상응하는 도의적·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다.
작년 12월 항소심 결심 공판에선 “제 가족 전체는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몰랐던 점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이런 조 전 장관의 태도를 불리한 양형 사유로 명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이나 이 법원에서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거나 그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양형기준상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조 전 장관을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2021년 대법원이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며 법정구속은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하도록 정해 최근 법정구속이 되는 경우는 드문 추세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법정구속을 면해주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증거 인멸 염려’, ‘도주 우려’ 등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될 때만 법정구속을 하는 게 원칙이 됐다.
법정구속을 면한 조 전 장관은 선고 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인 폭주와 무능, 무책임을 바로잡는 데 모든 힘을 보태는 것으로 국민들께 끝없는 사과를 하려 한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국민의 목소리만 듣고, 국민이 가라 하시는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검찰권 남용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여전히 유지하며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정권에 대항하는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