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된 유헌영씨 “인내 배웠지만 치유 어려운 슬픔 있어요”

미국 입양 한인 유헌영 씨의 어릴 적 모습[아동권리보장원 입양정보공개지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76년 4월17일생…”정말로 버려진 건지 배경과 상황 알고 싶어”

“한국인과 서양인 사이, 그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은 정체성으로 살아왔어요. 인내하는 법을 배웠지만 제 안에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자리하고 있죠.”

미국 입양 한인 피터 타운센드 비어맨(한국명 유헌영·49) 씨는 18일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정보공개지원부에 보낸 뿌리찾기 사연을 통해 “정말로 버려진 건지, 어쩔 수 없이 보내진 건지 배경과 상황을 알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입양기록에 따르면 유씨는 1976년 4월 17일 전북 전주시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7월 23일 전주시청 여성아동과를 통해 비사벌영아원(현 전주영아원)으로 보내졌고, 나흘 뒤 홀트아동복지회에 인계돼 1977년 3월 23일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는 어린 시절 낯선 사회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냈다. 반항하고 싸우기도 했으며 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유씨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아시아계 남성으로 자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초등학교 2학년 때 외모 때문에 처음 싸움을 겪었고, 이후 모욕과 조롱, 인종차별적인 언사 속에서 살아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입양인이라는 차이를 인식하며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교육받고 경력을 쌓았으며 가정을 꾸렸으나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방황 끝에 대학에 진학한 그는 정치학과 정보 시스템을 전공했고,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교육 기술 분야 교사 자격증도 땄다.

유씨는 “어떤 상황 속에서 태어났고 입양까지 이어졌는지, 친부모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내 탄생이 의미하는 것, 자연과 환경 중 어느 것이 나를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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