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송환으로 마이애미→라과이라 도착한 당일 지진으로 숙소 붕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다 미국에서 강제송환된 베네수엘라인 100여명이 고국에 도착한 첫날 강진이 발생하면서 숙소가 붕괴돼 실종자가 됐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 24일 규모 7.2와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기 몇 시간 전에 미국 마이애미를 출발한 강제송환 항공편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퍼스트’의 추방 항공편 추적 프로젝트인 ‘ICE 플라이트 모니터’에 따르면 이 항공편에는 베네수엘라인 146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19명은 성인 여성, 7명은 어린이였다.
이들은 도착 직후 수도 카라카스 인근 라과이라의 ‘호텔 산투아리오 라 야나다’로 옮겨졌고, 그날 이른 저녁에 지진이 발생해 호텔이 무너졌다.
라과이라는 이번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지역 중 하나다.
숙소가 무너진 후 탈출한 강제송환자 리스베스 포르티요(58)는 AP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2021년 11월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간 뒤 남부 플로리다에서 4년 넘게 살다가 강제송환 대상이 됐다.
포르티요에 따르면 강제송환자들은 24일 호텔에 도착한 후 건강검진을 받고 신분증을 발급받았으며, 고향에는 다음 날 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른 여성 16명과 함께 2층 방에 배정된 그는 바다를 보려고 발코니에 나갔다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포르티요는 “‘파파, 파파 파파파’ 하는 소리가 들렸고, 옆에 있던 여성들이 쓰러지는 것을 봤다”며 “모두가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거의 곧바로 두 번째 지진이 닥쳤다.
그는 “나는 넘어져 들보에 깔린 채 묻혔지만, 흔들림 때문에 내가 묻힌 곳의 모든 것이 움직였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그는 다른 생존자 약 20명과 함께 도움을 찾아 거리를 헤맸다며,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온 사람들 중에는 나체나 맨발로 뛰어다니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포르티요는 “우리는 5㎞쯤 걸었고, 나는 울고 또 울었다…통신이 되지 않았다”며 결국 주방위군 건물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연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있는 자녀들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미국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포르티요는 “‘세사르, 나 살아 있어. 도와줘’라고 말했더니 내 남편은 계속 ‘이럴 수가’라고 했다”며 “‘나 살아 있어, 잔해에서 빠져나왔어, 나 살아 있어’라고 남편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남편은 자녀들에게 연락했고, 자녀들은 다음날 밤 포르티요를 데리러 왔다.
베네수엘라 마라카이보의 고향 집에서 전화 인터뷰를 한 포르티요는 “나는 다시 태어났다. 신이 내게 두 번째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울먹이며 “나는 트라우마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포르티요는 “나는 그날 태어났다. 24일에 나는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텔레문도 방송은 똑같은 항공편으로 송환돼 호텔로 옮겨졌던 제니 로드리게스(24)의 증언을 전했다.
그는 “나는 잔해 아래 갇혀 있었다. 같은 항공편에 탔던 동료가 지나가기에, 잔해 밖으로 손을 빼내 그의 바지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애원했다”며 “신과 그 사람 덕분에 거기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8일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밝힌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강진에 따른 사망자 수는 1천719명, 부상자 수는 5천34명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베네수엘라 인구 3천만명 중 680만명이 집을 잃거나 전력과 수도 공급이 끊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