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맨다 조 미국 테네시대 겸임교수, 2019년 41년 만에 친모 상봉
“어린 나이에 저를 낳은 친모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입양을 선택했다고 줄곧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친모가 다섯 딸을 둔 상황에서 제가 또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슬펐어요.”
미국 입양 한인 어맨다 조(한국명 박명선·45) 조지아한인입양인협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친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야 진실을 알게 됐다”며 이렇게 속내를 고백했다.
그는 재외동포청이 각국 동포사회의 미래를 이끌 우수한 젊은 인재를 초청해 한인의 정체성을 갖추고 리더의 역량을 높이고자 개최한 ‘2023 세계한인차세대대회’ 참석차 방한했다가 자신의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냈다.
조씨는 “4년 전 친가족을 찾았다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 기쁨과 충격의 감정이 교차했던 때가 떠오른다”며 “단지 여아라는 이유로 입양이 이뤄졌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적으로 친모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여아보다 남아를 우선했던 과거 한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남아가 아니라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친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978년 6월 1일에 서울에서 태어난 조씨는 친모에 의해 동방사회복지회에 맡겨졌고, 그해 9월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조씨는 양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털사대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교육 및 상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스텍사스대에서 고등교육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테네시대에서 교육 리더십 및 정책학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어릴 적 자연스럽게 본인이 입양인이라는 걸 알았던 조씨는 30여년간 한 번도 친가족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한국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고, 친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바랐다.
그랬던 그가 뒤늦게 뿌리 찾기에 나선 것은 30대 초반 우연히 만난 한 한국인 여성의 영향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온 이 여성은 조씨와 금세 친구가 됐고, 조씨에게 한국 문화와 한국식 바비큐를 소개해줬다. 김치 등 한식을 처음 접하고 그 맛에 매료된 조씨는 그때부터 한국과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해 눈을 돌리게 됐다.
조씨는 2018년 11월 애틀랜타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를 만나 정식으로 뿌리 찾기를 신청하며 유전자 검사 등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