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다’ 저자, 다음 단계로…

포즈 취하는 타일러 라쉬. 사진=연합뉴스

예능 ‘비정상회담’서 인기…”실제 변화 일으킬 활동 더 적극적으로”

“한국에서 많은 분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아서 반갑고 기뻐요.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될 것 같아요. 실제 변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여러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카페 노노샵에서 저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북 토크 행사를 앞두고 만난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책이 10만 부 넘게 판매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기쁘고 뿌듯하다는 말 뒤에 빼놓지 않고 언급한 ‘다음 단계’가 뭔지 들어봤다.

타일러는 “많은 분이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한 뭔가를 만들 수 있을지 물어보셨다”며 “저도 어떻게 하면 중요한 곳에 제도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로 강연하게 될 때면 세 가지를 말한다. 투표를 열심히 하라, 환경을 위한 가치 소비를 열심히 하자, 누군가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말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말고 꼭 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일러는 또 “좀 더 사람들이 쉽게 행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라고만 말씀드린다”고 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환경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간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나’라는 말을 듣기 쉬웠다”며 웃었다.

타일러가 환경 문제를 다룬 책을 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제가 3년 전 집필할 때 주변에서 ‘환경 관련 책은 안 팔린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며 “그런데 꾸준히 팔려서 많은 분에게 영감이 되고 기후 위기 문제에 입문하는 서적으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타일러는 자신의 책을 읽고 실제 환경 보호를 위한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제 책을 읽은 게 계기가 돼서 친환경 소재로 신발을 제조하는 회사를 만든 분도 있다”고 했다. 정주희 전 기상캐스터도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읽고 기후 위기 전문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게 됐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문체로 환경 문제를 짚었다.

타일러는 책에서 환경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이 매일 쓰는 표현을 통해 드러난다며 ‘기후변화’보다 ‘기후 위기’, ‘가짜 고기’가 아닌 ‘식물성 고기’라는 말을 권한다. 또 ‘미세먼지’라는 표현은 환경 문제를 미화하는 만큼 다른 표현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촉구하는 것은 말과 글에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국제산림관리협의회(FSC)가 인증한 종이에 콩기름을 써서 인쇄했다. 환경 오염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책에 흔히 두르는 띠지를 쓰지도 않았다.

이 책은 환경부·교육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됐다.

타일러에게 환경 문제에 이토록 집중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묻자 “이유가 딱히 없어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원래 생각한 책 제목은 ‘이기적인 선택’이었다”며 “제 미래 때문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건 다 잘 살기 위한 건데 환경오염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모든 미래에 물음표가 생긴다”고 했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이런 미래의 시나리오를 자세히 설명한다. 2050년에는 많은 해안 도시가 물에 잠겨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고 자연재해는 일상이 된다는 전망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 국적인 타일러는 서울대 석사 과정이던 2014년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토론을 벌이는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 회담’에 출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유창한 한국어와 박학다식함, 깊은 통찰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일러는 올해 3월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인 ‘웨이브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는 타일러 자신을 포함한 9명의 외국인 방송인이 소속돼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설립한 계기를 묻자, 타일러는 “‘왜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다기보다 ‘왜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타일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비공식적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아티스트가 자신에게 어떤 제안이 들어왔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무리 좋아도 투명하게 운영하지 않으면 문제를 막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웨이브는 소속 아티스트가 무조건 자기 일과 관련한 모든 계약이나 제안을 보게끔 했다”며 “제 가치관을 주변 사람과 공유할 수 있고 뭔가 변화를 만들 수 있는데 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웨이브 엔터테인먼트에는 아직 외국인 방송인만 소속돼 있지만, 이르면 내년 초 한국인 연예인과도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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