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 논란 중심에…伊 장관 “죽어도 안돼”
독일의 국립박물관이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구입했다가 이탈리아에 반환된 고대 로마 조각상을 다시 돌려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 있는 국립고미술박물관은 최근 로마 국립박물관에 ‘원반 던지는 사람’ 조각상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리스어 원어를 따서 ‘디스코볼루스 팔롬바라'(Discobolus Palombara)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작품은 본래 그리스 조각가 미론이 기원전 450∼440년 만든 청동상이었다.
원작은 전해지지 않고 로마 시대인 기원후 2세기에 원작을 대리석으로 모방해 제작한 2점만 남아있다. 이들 작품 2점은 영국박물관과 로마 국립박물관이 각각 소장하고 있다.
히틀러는 1937년 로마를 방문했을 때 이 조각상에 매료됐다. 히틀러는 1년 뒤 이 작품을 500만 리라(현재 가치로 1천500만유로·약 212억원)에 구입했고, 이후 이 작품은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전시됐다.
이 조각상은 나치가 패망한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8년 이탈리아로 반환됐다.
이번 논란은 로마 국립박물관이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에 이 조각상의 대리석 받침대를 반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은 이를 거절하고 되레 조각상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뮌헨 국립고미술박물관은 당시 독일 정부가 이탈리아 당국의 허가를 받아 조각상을 합법적으로 구입한 만큼 소유권이 독일에 있다는 이유로 반환 요청을 정당화했다고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거세게 반발했다.
젠나로 산줄리아노 문화부 장관은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안 된다”며 “이 작품은 국보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이탈리아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줄리아노 장관은 다만 이번 논란이 이탈리아와 독일의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하지 않도록 독일 정부를 겨냥한 비난은 자제했다.
그는 “독일 정부는 이 요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다”며 “나와 클라우디아 로스 독일 문화부 장관은 매우 친밀한 관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