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트미술관, 건물 정면에 한국현대미술작가 이불 작품 설치

메트 “동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한국 작가에 작품 최초 의뢰

세계적인 미술관인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메트)이 건물 정면에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 이불(59)의 작품을 설치한다.

메트는 29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사업계획을 설명하면서 이 작가에게 미술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 4점을 의뢰했다고 공개했다.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조각 작품으로 건물 외관을 장식하는 메트가 한국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내년 9월부터 2025년 5월까지 메트 건물 정면을 장식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브레슬린 메트 현대미술 대표 큐레이터는 이 작가에 대해 “동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면서 “작품을 통해 유토피아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1980년 대 후반부터 조각과 회화, 영상, 퍼포먼스 등의 매체를 사용해 인류의 유토피아를 향한 욕망과 기술발전의 명암, 분단, 여성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선보였다.

30대 초반이었던 지난 1997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날생선을 화려한 스팽글로 장식한 ‘장엄한 광채’를 설치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생선이 부패하는 냄새까지 관객들에게 전달하겠다는 이 작품에 대해 미술관은 악취를 이유로 철거를 결정했다.

이후 이불은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한국관 동시 출품과 특별상 수상 등 국제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소장품 중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메트도 이불이 도자기로 제작한 사이보그 연작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메트는 이 작가가 최근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관 외관에 설치할 조각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소개했다.

브레슬린 대표 큐레이터는 “이 작가가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래파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작품과 그리스·로마 시대의 조각품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의 미술관인 메트는 매년 전 세계에서 700만 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방문하는 명소다.

메트 정면에 이 작가 작품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현재 메트는 한국실 설치 25주년을 기념해 ‘계보 : 메트의 한국 미술’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또한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은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특별전을 통해 이건용과 성능경, 김구림 등 한국 실험미술계의 원로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시간의 형태: 1989년 이후 한국 미술전’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재 흐름까지 보여주는 등 미국 주요 미술관들이 한국 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분위기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