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배운 모든 것은 중국식당에서 배웠다” – 커티스 친(Curtis Chin) 작가
미국에서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물음이 될 때가 있다. 특히 이민자와 그 자녀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미국인됨’을 증명해야 했던 소수계 미국인들에게 이 질문은 더욱 깊게 남는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커티스 친은 자신의 가족사를 통해 그 질문에 답한다. 그는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중국식당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친의 가족은 1940년부터 디트로이트에서 중국식당 ‘청스 칸토니스 쿠진(Chung’s Cantonese Cuisine)’을 운영해왔다. 65년 동안 이어진 가족 식당에서는 1,000만 개가 넘는 에그롤이 팔렸고, 그 과정에서 가족은 미국 사회의 변화와 도전을 온몸으로 겪어냈다.
그의 고조부는 1800년대 후반 중국 광저우에서 미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중국계 이민자들은 차별로 인해 자동차 공장 등 좋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웠고, 세탁소와 식당 운영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으로 이민의 길이 막혀 있었지만, 사업체를 소유한 고조부 덕분에 가족은 세대를 이어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친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미국 사회가 겪어온 인종 갈등과 이민 논쟁, 공동체의 형성과 변화를 기록했다. 그는 한국의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부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까지 전 세계에서 350회가 넘는 북토크를 진행하며 다양한 독자들과 만나왔다.
그는 특히 중국식당을 미국 사회의 축소판으로 바라본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 계층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대화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친은 “이민자는 미국에서 무언가를 얻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며 “미국 역시 이민자들의 노동과 희생, 도전 덕분에 성장했다”고 강조한다.
그는 여전히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외국인으로 취급받거나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도, 과거보다 훨씬 강해진 아시아계 공동체의 정치·문화적 역량에 희망을 건다.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빈센트 친 살인사건 이후 성장한 아시아계 시민운동과 언론, 정치 참여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미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와 다문화 사회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완벽한 나라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이상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몇 주 전 일리노이주의 한 행사에서 한 이민자가 “30년을 이 나라에 살았는데 언제 미국인이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미국인이 되고 싶을 때, 당신은 이미 미국인입니다.”
친은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누가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분명히 제시한다.
“다른 사람에게 ‘미국인’의 의미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미국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이 그 의미를 함께 정의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오늘날 극심하게 분열된 미국 사회가 다시 배워야 할 가치로 ‘대화’를 꼽는다. 중국식당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듯, 작은 대화가 공동체를 회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 사람, 한 인종, 한 세대가 만든 나라가 아닙니다. 수많은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함께 일하고, 먹이고, 돌보고, 버티며 만들어온 나라입니다. 나는 중국식당에서 그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이 다시 배워야 할 것도 바로 그것이라고 믿습니다.”
커티스 친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문학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Asian American Writers’ Workshop 공동 설립자다. 그의 회고록 ‘Everything I Learned, I Learned in a Chinese Restaurant’은 디트로이트 중국식당에서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민, 정체성, 인종 문제를 유머와 통찰로 풀어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