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 공포 확산했지만 ‘미국 경제 견조’ 분석 많아
5일 전세계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투매가 발생하는 등 최근 3주간 글로벌 증시에서 모두 6조4천억 달러(약 8천760조 원)가 사라졌다.
투자자들은 특히 이번 대폭락이 장기 침체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대부분 지표에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 우려보다는 시장 내부의 문제인 만큼 패닉(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 지수와 한국의 코스피 지수가 각각 12%와 9% 급락한 데 이어 미국 증시가 개장하자마자 급락세로 출발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60% 내리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00%, -3.43% 내렸다.
이날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 증시도 동반 급락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도 이날 4.2%나 하락, 2022년 2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이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금융시장 상승 랠리를 지지해 온 핵심 가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그동안 미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하고, 인공지능(AI)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며 일본이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7월 고용시장이 둔화하고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AI 실적 역시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그같은 신화가 깨졌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이에 따라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1천100% 상승한 것이나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멕시코에서 11% 수익률을 지급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초 기술주가 정점을 찍을 무렵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다른 중앙은행과 함께 통화부양책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되자 엔화가 급격히 절상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차입금 회수에 따른 매도 압력을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그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지난 3주간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6조4천억 달러가 사라졌다고 블룸버그는 추정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투매가 지속될 경우 금융 시스템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로 예정된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이라도 긴급회의를 열어서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증시 폭락이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가 아니며, 대부분 지표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패닉에 빠지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야데니 리서치 창업자 에드 야데니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급락장을 보면서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3%가 급락했던 1987년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폭락이 공포스러웠지만 궁극적으로 경제 파국의 전조는 아니었다면서 “이번에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경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내부의 문제와 더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펠 웰스매니지먼트의 창업자 브렌트 채펠은 로이터통신에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의 주요 리스크라기보다는 더 높은 기대수익률에 대한 대가로, 향후 시장 변동에 대한 일종의 예방접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미즈호 은행의 경제·전략 책임자인 비슈누 바라탄은 하락하는 자산을 매수하려는 것은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면서 “사방에 떨어지는 칼이 널려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