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 북쪽 림, 산불로 역사적 ‘로지’ 전소

애리조나 북부 그랜드캐니언 국립공원의 북쪽 림(North Rim)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역사적 건물인 ‘노스 림 로지(North Rim Lodge)’를 포함해 50~80여 채의 구조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번 화재는 ‘드래곤 브라보(Dragon Bravo)’로 명명된 산불로, 고온과 강풍, 건조한 기후를 타고 급속히 번졌다.

공원 측은 지난 7월 10일자로 노스 림 전체를 폐쇄했으며, 2024년 여름 시즌 내 재개장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현재도 통제된 대피 상태가 유지되고 있으며, 관광객과 직원 모두는 무사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실된 노스 림 로지는 원래 1928년에 건립되었으며, 1932년 주방 화재로 전소된 후 1937년 원형 석재를 활용해 복원된 바 있다. 이 건물은 북쪽 림의 대표 상징이자 유일한 숙소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통해 캐니언의 절경을 마주해왔다.

관광객 팀 앨런(플래그스태프 거주)은 “그 로지를 지나면서 처음으로 보는 캐니언의 전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지금 그곳이 사라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원 측은 해당 화재를 당초 ‘통제 화재(prescribed burn)’로 관리하고 있었으나,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는 13일 성명을 통해 연방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지적했다.

“왜 가장 건조하고 뜨거운 시기에 불을 붙였는가? 이는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닌 정책적 판단 실패다.”
— 케이티 홉스 주지사

홉스 주지사는 독립적인 연방 차원의 조사와 대응체계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사는 우리는 항상 산불 위험과 함께한다. 하지만 반복된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랜드캐니언 북쪽 림은 남쪽 림보다 관광객이 적지만, 그만큼 조용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A Different View Tours’ 대표 네이트 로퍼는 “여긴 단지 관광지가 아니었다. 매해 돌아오는 가이드, 계절 직원,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집이었다”며 “다시 지을 것이고, 다시 모일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북쪽 림 인근에서는 또 다른 대형 산불인 화이트 세이지 화재(White Sage Fire)도 확산 중이다. 이 화재는 약 50,000에이커를 태웠으며, 제이콥 레이크 인근 주민과 캠핑객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남쪽에서의 진화 작업은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동쪽과 북쪽 방향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코코니노 카운티 관계자들은 “현재는 화재 진압이 우선 과제이며, 이후 로지 및 기반시설 재건 계획이 본격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십자 및 연방 재난관리청(FEMA)과의 협력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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