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의해 온 소녀들”…하와이서 찾은 위안부 피해 기록

레드너-석은빈 씨가 발표한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 시기 한인 위안부 관련 자료’ 발표문 캡처 [국사편찬위원회 제공]

국사편찬위원회, 하와이대와 학술 행사…”한국사 자료 가치 재발견하길”

“그 소녀들은 그곳에 군대에 의해 이끌려왔다.”

태평양 전쟁기에 의료 장교이자 정보 장교로 복무한 일본계 미국인 랠프 옘푸쿠는 과거 ‘위안부 소녀들’을 심문한 내용을 회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1993년 변호사인 테드 쓰키야마와 만난 그는 인터뷰에서 일본 측이 ‘위안부’에 관해 군이 관여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소녀들이 당시 ‘군대에 의해'(by the Army) 왔다고 했다.

미국 하와이의 일본문화센터 도키오카유산자료센터(The Tokioka Heritage Resource Center)가 보관하고 있는 참전군인 구술사 자료 속 내용이다.

위안부 관련 기록을 비롯해 하와이에 남아있는 다양한 사료로 한인 이주의 역사와 일상, 연대 등을 재조명하는 학술 행사가 하와이 현지에서 열렸다.

국사편찬위원회와 하와이대 한국학센터는 30∼31일(현지시간) 하와이대에서 연 ‘제2회 사료 연구 국제 콜로키엄’에서 지난 2년간 조사한 한국사 관련 자료를 소개했다.

하와이대 연극공연학과 박사과정인 레드너-석은빈 씨는 위안부 문제를 연구한 최초의 미국 학자로 평가받는 앨리스 윤 채의 자료와 테드 쓰키야마 문서 등에 주목했다.

앨리스 윤 채는 1990년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수년간 글을 쓰고 연구한 학자다.

후손이 2014년 하와이대 한국학센터에 기증한 자료는 영어 책자와 일본어 책자, VHS 테이프 등 총 140여 점으로, 피해 당사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녹음한 증언도 포함돼 있어 가치가 높다.

레드너-석은빈 씨는 “한국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동시적으로 수집한 자료”라며 “북미 학계의 초기 연구를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으로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남긴 위안부 관련 증언도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자료는 일본 정부나 일본 우파 시민 단체, 또는 해외 일본계 단체들에서 나타나는 위안부 피해 축소나 부정론에 대응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술 행사에서는 20세기 초반 한인 농업 노동의 일상, 일제강점기 하와이 한인들의 독립운동, 1970년대 하와이 주권 운동을 이끌었던 한인 활동 등을 조명한 사료도 소개됐다.

허동현 국사편찬위원장은 “하와이 한인의 역사를 돌아보고 하와이에 소재한 한국사 자료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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