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부양하듯 상모 돌리자 “와~”…로마 대표 극장 오른 전통공연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해’ 개막 공연 ‘세자의 꿈’ 한 장면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체부, 韓·伊 상호문화교류의해 개막 행사 ‘세자의 꿈’ 개최

열흘 만에 매진…유인촌 “수교 140주년 맞아 동반자 관계 격상시켜야”

4일 저녁 이탈리아 로마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아르젠티나 극장에 판굿 한마당이 신명 나게 펼쳐졌다.

꽹과리, 장구, 북 등 흥겨운 연주에 맞춰 무대를 휘감는 듯한 상모돌리기가 시작되자 객석에선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공중 부양하듯 연속해서 돌던 출연자가 귀에 손을 대고 익살스럽게 호응을 이끌자 박수 소리는 더 커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4-2025 한국-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해’ 개막 공연으로 우리 전통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공연 ‘세자의 꿈’을 아르젠티나 극장에 올렸다. 국립국악원이 상호문화교류의해를 위해 기획한 작품으로 이날이 해외 초연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도포를 입고 공연 리셉션에 참석해 “한국과 이탈리아는 올해 수교 1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동반자의 관계를 더 격상시킬 의무를 갖고 있다”며 “(오늘 공연이) 양국의 많은 청년이 만나 소통하고 작업하고 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계기의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세자의 꿈’은 조선시대 왕세자가 성인식을 치르고 궁 밖에서 겪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렸다. 18세기에 문을 연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조선시대 이야기는 동서양을 교차해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을 안겼다.

첫 무대부터 세자의 관례를 축하하는 잔치로 문을 열어 왕과 왕비의 화려한 궁중 의상과 무고, 가인전목단, 헌선도 등 품위 있는 궁중 무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자가 궁궐 밖, 백성의 삶으로 들어간 장면에선 가야금 병창 ‘방아타령’, 여인들의 산조춤, 남성들의 한량무, 애환의 춤인 살풀이춤,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로 시작하는 사랑춤이 이어졌다.

공연의 절정은 세자가 궁으로 돌아가고, 백성들이 궁에서 판굿을 벌이는 대목이었다. 소고춤, 설장구, 진도북춤이 차례로 나와 흥을 돋우고 연희패가 가세해 대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카를로 트레차 전 주한이탈리아 대사는 방아타령을 듣자 바로 판소리라고 알아맞히고는 “유니크한 목소리”라며 “한복 의상도 매우 아름답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히드 매스탐 주이탈리아 말레이시아 대사는 “로마에서 의미 있는 극장인 아르젠티나 극장에서 한국이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대해왔다”며 티켓이 열흘 만에 매진됐다는 소식에 놀라워했다.

이날 공연 티켓은 플로어석 30유로, 박스석 20유로에 판매됐으며 시야제한석을 제외한 559석이 매진됐다.

한인회 관계자는 “표가 일찌감치 매진돼 주위에서 구입 문의가 많았다”며 “좋은 공연이 하루에 끝나 아쉽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중앙박물관과 함께 상호문화교류의해를 기념한 공연, 전시, 콘텐츠와 관광 홍보 행사 등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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