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폭로 ‘엔드게임’ 네덜란드어판에만 수록
실명 수록 경위 미궁…저자 “원판에 실명 안 넣어”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낳은 아기의 피부색을 왕실 내부에서 걱정했다는 인종차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리 왕자 부부와 가까워 ‘대변인’으로 불리는 전기 작가 오미드 스코비가 28일, 출간한 영국 왕실 관련 책 ‘엔드게임’의 네덜란드어판에 이런 발언을 한 왕실 인사들의 실명이 실렸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어판을 낸 출판사는 이를 급히 회수했다.
스코비는 이 책에서 해리 왕자 부부의 아들 아치 왕자가 태어나기 전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를 걱정한 왕실 인사가 2명이었다고 밝혔다.
이 일은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이 2021년 오프라 윈프리 인터뷰에서 처음 언급했다.
마클은 인종차별이란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으면서 당사자에게 타격을 주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고 했으나 왕실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에 해리 왕자의 형 윌리엄 왕세자가 기자의 질문에 “우리 가족은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이례적으로 답했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기억은 다를 수 있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후 해리 왕자가 왕실 가족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며 무의식적 편견 요소가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인종차별은 영국 왕실에서 민감한 주제가 됐다.
스코비는 이번 책에서 윈프리 인터뷰 후에 찰스 3세 국왕이 며느리 마클과의 편지에서 태어날 아기에 대한 대화에 나쁜 의도나 무심한 편견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마클이 찰스 3세에게 보낸 편지엔 아들의 피부색을 걱정했다는 왕실 인사 2명의 신원이 나와 있지만 영국 법에 따라 책에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저자가 사전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출간된 네덜란드어판에는 2명 중 고위 왕족의 이름이 명확히 나왔고 다른 한 명의 이름도 약간 모호하게 언급됐다고 BBC 등이 29일 전했다.
이는 네덜란드 언론인 릭 에버스가 이름이 나온 부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서 드러났다. 출판사는 급히 책을 회수하면서 “번역에 오류가 생겨서 수정 중이다”라고만 밝혔다.
BBC는 왕실 가족의 이름은 영어로 적혀있기 때문에 번역 잘못이 아니고 별도로 추가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출판사는 이후 ‘번역’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오류’만을 실명이 실리게 된 이유로 들었다고 BBC는 전했다.
스코비는 네덜란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어떤 언어판에도 당사자 이름을 넣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네덜란드어를 모르기 때문에 책을 직접 보지 못했으며 번역 오류가 있다면 출판사가 해결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