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설정 돋보인 숙박 예능…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진입
월드스타도 뛰고 구르며 땀 범벅…”생고생하던 과거 버라이어티 같아”
“친구, 젓가락이 없구나? 나는 숟가락이 없어. 사장님은 둘 다 없고”
기상천외한 민박집 ‘기안장’의 알바생 진은 사실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월드 스타’지만, 이곳의 직원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그런 체면을 차릴 새가 없다.
묘기 수준으로 몸을 써야만 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부엌을 들락날락하며 홀로 9인분 된장찌개를 만들고, 맨바닥에 앉아 숟가락도 없이 된장찌개를 들고 마신다. 땀으로 꼬질꼬질해진 동료 알바생 지예은은 젓가락 없이 고기를 퍼먹고, 사장 기안84는 그 옆에서 “인도 여행이 생각난다”며 손으로 밥을 퍼먹는다.
‘힐링 예능’의 홍수 속에서 정반대 노선을 택한 넷플릭스 새 예능 시리즈 ‘대환장 기안장’이 신선한 재미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8일 공개되자마자 4월 둘째 주차 기준(4월 5일∼11일) 글로벌 톱 10시리즈(비영어권) 부문 6위에 진입했고,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 국가에서 시청 순위 톱10에 올랐다. 글로벌 톱 10 시리즈에 진입한 유일한 예능이다.
‘대환장 기안장’은 기안84가 울릉도에서 청춘을 위한 민박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이제껏 본 적 없는 민박집을 직접 설계했다.
‘효리네 민박’을 만든 정효민 PD가 연출을 맡았는데, ‘대환장 기안장’은 여느 숙박 예능과는 결이 다르다.
‘효리네 민박’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고즈넉한 전원생활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대리만족시켰다면, ‘대환장 기안장’은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울릉도 바다 위 숙소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고생하고 망가지는 출연진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기안장은 투숙객들이 최대한 불편함을 느끼도록 지어졌다. 편안하고 좋은 숙소는 너무 많으니 그 반대로 불편하고 낭만적인 숙소를 짓겠다는 사장의 설계 의도에 따라서다.
그렇게 탄생한 ‘기안장’은 체크인하려면 3.8m에 달하는 암벽 출입문을 등반해야 하고, 푹신한 침대와 이불 대신 별을 보며 잠들 수 있는 노천 침상과 담요가 있다. 슈퍼 싱글 침대보다도 크기가 작아 자다가 굴러떨어질 위험이 있다 보니 모두 안전벨트를 하고 취침해야 한다.
그중 가장 불편한 것은 계단 대신 숙소 내부에 놓여 있는 커다란 봉이다. 층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봉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운동으로 몸이 다져진 기안84와 진 역시 봉 타고 오르기를 어려워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 근력이 부족한 지예은과 다른 투숙객들은 사람들 도움 없이는 1층을 출입하지 못한다.
상식을 벗어난 설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이 작품의 큰 재미 포인트지만, 단순히 웃기는 데만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함께 뛰고 구르며 부대낀 출연진은 남매처럼 서로를 닮아가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폐암 4기 판정을 받은 두 아이의 아빠, 두 번째 시도만에 탈북에 성공했다는 격투기 선수 등 다양한 사연을 안고 기안장을 찾은 투숙객들의 이야기도 감동을 더한다.
재미 요소까지 적절하게 버무린 ‘대환장 기안장’은 오랜만에 나온 고생하는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반가움을 사고 있다. “이렇게 힘들게 굴리는 예능은 오랜만이라 반갑다”, “역시 예능은 출연진이 고생하는 만큼 재밌다” 등의 시청평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무한도전’, ‘1박 2일’ 등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에는 출연진을 굶기거나, 야외에서 재우는 등 최대한 힘들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비슷한 종류의 고생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힐링 예능이 주목받기 시작했던 건데, 이제는 역으로 과거의 버라이어티처럼 생고생하는 ‘대환장 기안장’이 신선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작진이 억지로 출연진을 고생시키는 연출은 요즘 시청자들이 보기에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안84 특유의 캐릭터 덕분에 거부감 없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