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대표 신혼여행지로 알려진 피지에서 HIV 감염이 급격히 확산되며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과 국제기구는 그 배경으로 크리스털 메스(메스암페타민) 사용 증가와 위험한 주사 관행을 지목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과 피지 보건부에 따르면, 올해 피지의 HIV/AIDS 감염자는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최근 수년 사이 가장 가파른 증가폭이다.
지난해 1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긴급 평가 보고서는 피지 내에서 비위생적인 주사 사용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인터뷰 대상자의 절반가량이 오염 가능성이 있는 주사기를 사용해 약물을 주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른바 ‘블루투스 트렌드’로 불리는 위험한 행위가 감염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약물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이미 약물에 취한 사람의 혈액을 자신의 몸에 주입해 취기를 공유하려는 행위로, HIV 전파 위험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신규 HIV 감염자는 1,583명, 2025년 상반기에만 1,226명이 보고됐다. 불과 6개월 만에 전년도 수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현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약물은 사고력과 감정 조절 기능을 크게 손상시켜 충동성과 공격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유엔개발계획(UNDP)는 이번 평가 결과를 두고 “피지의 HIV 확산은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협하는 사안”이라며 피해 감소 전략과 검사·치료 접근성 확대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편 피지는 연간 약 1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휴양지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86,367명이 피지를 방문했다. 호주 정부는 피지 여행 주의보를 통해 HIV/AIDS와 성병 감염 위험을 명시하며, 감염 위험이 있는 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관광객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지 약물 문제와 감염 확산이 공중보건 위기로 번질 수 있다”며 국제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