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권도형, 해외 도피에서 미국 송환 결정까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미국 송환 결정이 21일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에서 내려졌다. 그가 도피 행각을 벌인 지 22개월 만이다.

그는 전 세계 투자자에게 50조원 이상 피해를 입힌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한때 암호화폐 업계의 ‘젊은 천재’로 불렸지만,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하루 아침에 범죄자이자 도피자로 전락했다. 그는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세르비아 등을 거쳐 몬테네그로로 갔고, 지난해 3월 23일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으로 출국하려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한국과 미국의 수사당국은 앞다퉈 몬테네그로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권씨의 신병 확보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쟁탈전이 본격화했지만 범죄인, 인도 절차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됐다.

권씨가 자신의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는 등 다른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단순 검거됐다면 곧바로 범죄인 송환 절차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가 몬테네그로 관할권에서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게다가 권씨가 현지 법률대리인을 고용해 방어권 행사에 주력하면서 시간은 더욱 지체됐다.

권씨는 같은 해 5월 위조 여권 사건과 관련한 첫 재판에서 보석을 청구하며 보석금으로 40만유로(약 5억8천만원)를 제시하기도 했다.

보석이 받아들여졌다가 검찰의 항고로 다시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6월 19일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권씨의 형사 사건에 대해 단죄를 한 뒤에야 비로소 범죄인 인도 절차가 개시됐다.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나흘 앞둔 지난해 6월 15일 범죄인 인도 절차를 이유로 권씨에게 6개월간 범죄인 인도 구금을 명령했다.

이후 법원이 2개월 추가 구금을 명령하면서 권씨는 이달 15일까지 범죄인 인도 구금으로만 8개월 동안 갇힌 몸이 됐다.

몬테네그로 법원은 지난해 11월 24일 권씨의 범죄인 인도를 승인했다. 다만 법원은 권씨의 인도를 요청한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중 어느 곳으로 권씨가 송환될지는 법무부 장관이 어느 나라에 우선권이 있는지를 검토해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인 고란 로디치 변호사는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송환국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범죄인 인도 건을 맡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송환국을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다.

로디치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1월 17일 현지 일간지 포베다와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미국과 체결한 양자 협정, 국제법적 지원에 대한 국내 법률 등 모든 법적 근거에 따르면 권도형은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디치 변호사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라고 판결했다.

권씨 측이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 미국 송환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늦어도 3월 22일까지는 권씨가 미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권씨의 범죄인 인도 구금은 이달 15일 종료됐지만 권씨가 위조 여권 사건으로 선고받은 징역 4개월 가운데 형기가 37일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소송 재판이 오는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될 예정이라서 권씨가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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