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 비만…체중 줄며 근육·골밀도 감소 우려
전문가 “심각한 비만 치료에는 도움…외모·단기 감량 목적 사용은 경계”
미국에서 청소년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오젬픽과 위고비 등으로 알려진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사용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약물이 심각한 비만으로 건강상 위험을 겪는 청소년에게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성장기 뇌와 근육, 뼈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만큼 처방과 장기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메리칸커뮤니티미디어(ACoM)가 지난 24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소아과 전문의 댄 쿠퍼 UC어바인 명예교수는 “청소년기는 뼈와 근육, 뇌가 빠르게 발달하고 평생 건강의 기반이 형성되는 시기”라며 “GLP-1 치료제가 성장과 발달에 미치는 장기적인 결과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보건통계센터에 따르면 2021년 8월부터 2023년 8월까지 미국 2∼19세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1.1%로, 5명 가운데 1명을 넘어섰다. 중증 비만 비율도 7.0%에 달했다.
GLP-1 계열 약물은 식욕과 혈당을 조절하는 체내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해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량을 줄인다. 음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끊이지 않는 이른바 ‘푸드 노이즈’를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12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위고비를 비만이 있는 12세 이상 청소년의 만성 체중 관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다만 저열량 식단과 신체활동 증가를 병행하는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쿠퍼 교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은 신체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에는 뼈와 근육이 빠르게 발달하고 뇌의 신경체계도 성숙한다. 특히 10세부터 20대 중반까지 충분한 골밀도를 형성하지 못하면 중·노년기 골다공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체중이 줄면 지방만 빠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육과 제지방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며 “발달 중인 뇌의 식욕 관련 수용체에 장기간 작용하는 약물이 근육과 뼈, 신체활동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심각한 비만으로 제2형 당뇨병이나 지방간, 수면무호흡증 등 건강상 위험이 커진 청소년에게는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에도 약물만 처방할 것이 아니라 식생활 개선과 신체활동을 포함한 집중적인 생활습관 치료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퍼 교수는 “의학적으로 약물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도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을 형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채 약물만 투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체육과 지역 공원, 안전한 운동 공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약물 치료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12세 어린이의 체중이 300파운드에 이른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 아이가 어릴 때부터 신체활동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사회가 충분히 제공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GLP-1 치료제를 중단하면 감량한 체중의 상당 부분이 다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나 쇼 트로니에리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연구원은 실제 진료 자료를 보면 GLP-1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절반에서 최대 3분의 2가 1년 안에 복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약물을 끊은 환자들은 감량한 체중의 약 3분의 2를 첫해에 다시 회복한 반면, 치료를 계속한 환자들은 최대 감량 체중을 평균 4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로니에리 연구원은 “약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것은 환자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다”며 “혈압약을 끊으면 혈압이 다시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다.
그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욕 억제 효과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실제 음식 섭취량을 줄이는 효과는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과 위약군을 60주 동안 관찰했다. 투약 초기에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배고픔과 푸드 노이즈가 크게 줄었지만, 40주와 60주째에는 두 집단 사이의 주관적인 식욕 차이가 사라졌다.
그러나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은 60주째에도 위약군보다 한 끼에 약 240∼290칼로리를 적게 섭취했다. 투여군은 약 15.5kg을 감량한 반면 위약군의 최대 감량 폭은 약 5kg이었다.
트로니에리 연구원은 “배고픔이 일부 돌아오고 체중 감소가 정체되면 약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실제 음식 섭취를 줄이는 효과는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GLP-1 치료 중에는 근육과 골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근력운동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파티마 코디 스탠퍼드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체중이 감소할 때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줄 수 있다며 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섬유질, 수분 섭취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과 구토, 변비,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이 꼽힌다. 다발성 내분비선종증 2형이나 갑상선 수질암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않으며, 췌장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환자에게도 일반적으로 권고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GLP-1 치료제가 심각한 비만으로 건강상 위험을 겪는 청소년에게는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단순한 외모 개선이나 단기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에게 처방할 때는 치료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면밀히 따지고, 복용 기간에는 성장 상태와 근육량, 골밀도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