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에 대한 멸칭 주고받기…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후끈
“쪽박 도널드(Broke Don)” , “부패한 조(Crooked Joe)”.
상대에 대한 이 같은 멸칭이 단적으로 말해주듯,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치러지게 된 올해 미국 대선이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캠프는 최근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쪽박 트럼프는 지하실에 있다”며 트럼프 이름 앞에 ‘파산하다’는 의미의 ‘broke’를 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돈을 모으지 못한다.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범죄자들과 음모 이론가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이메일에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에 대한 4건의 형사 기소와 자산 부풀리기 사기 의혹 및 명예훼손 관련 민사 소송으로 천문학적인 송사 비용을 감당해야하는 터에 트럼프 캠프의 모금 실적이 바이든 캠프에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을 조롱한 것이다.
이달초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로 대선판이 짜여진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경합주를 누비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을 부각한 것이기도 했다.
‘쪽박 도널드’라는 표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사용해온 ‘부패한 조’에 상응하는 멸칭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비위 의혹과 바이든 대통령을 연결하며 작년 4월부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부정직한’, ‘부패한’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crooked’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헌터 바이든이 부친의 부통령 재임 기간(2009∼2017년)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일하면서 아버지의 영향력을 활용해 외국 기업과 거래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공화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가 있자 바이든 대통령을 권력형 비리의 배후로 규정한 것이다.
이 의혹에 대한 탄핵 조사까지 진행된 가운데, 아직 바이든 대통령의 관여 사실이 드러난 바 없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패한 조’ 표현을 지속적으로 쓰고 있다.
미국 유권자 과반이 고령(바이든 81세·트럼프 77세)의 전현직 대통령간 재대결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각종 조사에서 나타나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초반부터 새로운 비전 제시보다는 네거티브 공방 중심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5일 ‘슈퍼 화요일'(16개주 동시 경선)을 거치며 양자대결로 판이 짜여진 뒤부터 바이든 대통령 측이 본격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세의 날을 세우기 시작하면서 난타전 양상은 본격 가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