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빚은 재단 승인, 방통위원의 직무유기·탄핵사유
을지재단 산하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을 시도하는 가운데, 박준영(65. 사진) 재단 이사장이 산하 의료법인 소속 의료진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를 수천여차례 처방받은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 곳곳을 파고드는 마약 문제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정부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마약사범 엄단 의지를 천명한 상황에서 마약 상습투약 전력의 재단 이사장이 공익성이 필수인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하려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특히 박 이사장의 경우 ‘의료법인 운영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마약을 상습 투약한 데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마약 문제는 사회적으로 비난 여론이 더욱 높다는 점에서 보도채널 경영자로서의 자격 시비가 거셀 전망이다.
19일 방송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6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학교법인 을지학원이 연합뉴스TV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조만간 심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인데, 사회적 영향력이 큰 보도전문채널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라는 점에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는지 등이 가장 중요한 심사 항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이사장의 과거 마약 투약 전력 등은 ‘방송의 공적 책임’이라는 심사 항목에 비춰 볼 때 심각한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이사장은 을지재단 산하 의료법인 을지병원이 운영하는 병원 의사들과 모의해 마약인 페티딘을 불법 처방받아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2018년 11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페티딘은 의존성, 호흡억제, 착란, 두부손상 등의 부작용이 있는 마약이다. 의료용 진통제로 쓰이지만 중독성이 강해 국내외적으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을지병원 소속 의사들에게 전화 등으로 연락해 페티딘을 처방해달라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대리 처방해달라고 요구했다.
페티딘을 처방하려면 그보다 안전한 다른 진통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의학적 사정이 있어야 하지만 의사들은 진료 없이 페티딘을 직접 처방해주거나 병원의 다른 직원 명의로 처방전을 발급해 박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박 이사장은 이런 식으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4년반 동안 3천161차례에 걸쳐 총 79만4천200㎎의 페티딘을 투약하는 내용의 처방전을 받았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매일 하루에 2회꼴로 페티딘 처방을 받은 셈이다.
1심 재판부는 박 이사장이 쾌락이나 환각 목적이 아닌 통증 완화를 위해 페티딘을 투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소속 병원 의사들에게 상태 진료 없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게 한 것이고 범행 기간과 횟수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9년 8월 2심 재판부는 마약류관리법에서 업무외 목적으로 마약 처방전을 발급한 자에 대한 형벌만 규정돼 있어 발급받은 상대방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박 이사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2019년 10월 기각했다.
‘셀프 처방’식의 반복적인 투약 사실이 인정됐지만 법리적 문제로 인해 무죄 판결이 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박 이사장의 이같은 마약 투약 사실을 거론하며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하기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7일 국회 브리핑에서 “박 이사장은 윤석열 정권이 전쟁을 선포한 마약사범”이라며 “마약성 진통제 페티딘을 3천161회를 투여한 것이 적발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을지재단을 향해 “정상적인 기업이 아닌 마약, 갑질 투기 전력의 자격 미달 기업”이라고 비난하며 “방송사 소유에 결격사유가 상당한 마약사범, 갑질 투기꾼에게 방송사 경영권을 넘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도전문채널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소유주에 대한 자격 심사가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창현 국민대 미디어전공 교수는 “보도전문채널의 지배주주를 변경하려면 해당 기업과 소유주는 신규 보도전문채널 설립 시처럼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의 준수 등 엄격한 공공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을지재단의 경우 도덕적인 물의를 일으킨 바 있어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최대주주로 변경하는 것은 전체 미디어 공공성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고, 방송통신위원의 직무 유기이자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