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으로 호스피스 치료중…작년 11월 부인 먼저 떠나보내
美대선 한표 행사 준비…손자 “생의 끈 붙잡는 한 이유는 해리스 승리 보는 것”
미국의 제39대 대통령(1977∼1981년 재임)인 지미 카터가 내달 1일(현지시간) 100세 생일을 맞이한다.
1924년 10월1일생인 카터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자택에서 100번째 생일 케이크를 자른다. 지난 17일에는 애틀랜타의 폭스 극장에서 그의 100세 생일 축하 콘서트도 미리 열렸다.
피부암을 앓아온 카터 전 대통령은 작년 2월부터 연명 치료를 중단한 채 호스피스 케어(치료하기 어려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핌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를 받아왔다. 작년 11월 19일에는 평생의 동반자였던 부인 로절린 여사(향년 96세)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고, 그 후 처음으로 돌아오는 생일을 앞두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래 미국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올랐던 사람 중 현재까지 가장 장수한 인물로 남아있다.
카터 외에 90세 이상 장수한 역대 미국 대통령은 제2대 존 애덤스(90세 일기로 별세), 38대 제럴드 포드, 40대 로널드 레이건, 41대 조지 H.W. 부시(이상 93세 일기로 별세) 등 4명에 불과하다.
카터는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 이후 248년의 미국 역사 가운데 40% 이상을 살았다. 카터가 태어난 1924년 1억1천400만 명이었던 미국 인구는 그가 대통령에 취임한 1977년 2억2천만명으로 거의 배증했고, 현재는 3억3천만명으로 늘었다고 AP통신은 소개했다.
또 카터 출생 당시 미국인 남성의 기대수명은 58세에 불과했으나 현재 75세로 상승했다.
카터는 주이란 미국대사관 인질 구출 작전 실패 등의 여파로 재선에 실패하면서 단임으로 끝났던 재임 시절보다 백악관을 떠난 뒤의 활동이 더 눈부셨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생 평화와 인권을 옹호한 그는 해비타트 사랑의 집 짓기 운동과 미국-북한 관계, 보스니아 사태 등에서 평화의 사절로 활동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도 누렸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한국과는 곡절도 있었다.
그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40여년 앞선 1976년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공식적이고 구체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참모들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한 정도였다면 카터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집권후 그것을 구체화했다. 주한미군 철수 공약은 결국 이행되진 않았지만 카터 집권기에 한미동맹은 심하게 삐걱댔다.
또 카터 행정부는 박정희 정부를 향해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지속해서 압박했으나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한 신군부의 집권을 사실상 ‘묵인’해준 것은 그의 인권 중시 기조와 엇박자를 낸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생애 마지막 투표가 될지 모르는 한 표를 11월 5일 대선에서 행사하려 하고 있다. 건강 상황으로 인해 우편 투표를 할 예정이다.
카터의 손자 제이슨 카터는 조부가 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카터와 같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자, 아시아계 혈통(모친이 인도 출신)의 첫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쓰는 것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고 AP에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