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드렁’ 민주당 지지층, 투표장 안 갔다

Vice President Kamala Harris delivers remarks during a campaign rally held at the Rocky Steps at the Philadelphia Museum of Art in Philadelphia, Pennsylvania, November 4, 2024. (Kit Karzen/Harris for President)

WSJ, 인구사회학적 특성 따라 카운티 분류해 투표자 수와 득표율 분석

NBC뉴스 “반사이익 따른 2년 전 중간선거 선전, 민주당에 오히려 ‘독’ 돼”

올해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투표장에 가지 않은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많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의 낙선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이번 대선 개표가 거의 완료된 카운티들의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들의 득표수를 인구사회학적 지역 특성과 결합해 4년 전 대선과 비교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 대상 카운티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7일 오후 7시 16분 기준으로 대선 개표가 99% 이상 진행된 2천240곳이다. 미국에는 카운티가 3천244곳(별개 명칭의 카운티급 지역 행정단위도 포함) 있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자 수(이하 양대 정당 후보 중 한 쪽에 투표한 경우만 계산하고, 다른 후보에 투표한 경우나 무효·기권표는 제외)는 전국 평균으로는 1.4% 감소하는 데 그쳤으나, 2020년에 바이든이 우세했던 카운티일수록 감소 폭이 컸다고 WSJ는 분석했다.

2020년 바이든이 10%p 이상 득표율 격차로 이겼던 157개 카운티에서는 5.9%나 줄어들었다.

바이든이 10%p 미만 격차로 우세했던 166개 카운티에서는 3.3%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20년 트럼프가 10%p 미만 격차로 우세했던 275개 카운티에서는 0.3%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가 10%p 이상 격차로 이긴 1천642개 카운티에서는 투표자 수가 오히려 2.0% 증가했다.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하 양대 정당 후보 중 한 쪽에 투표한 경우만 계산에 포함)은 전국 평균으로는 4년 전보다 2.6%p 감소했다.

특히 2020년에 바이든이 10%p 미만 격차로 우세했던 166개 카운티에서는 민주당 후보 득표율 감소 폭이 3.2%p나 됐다.

주별로 보면 상당수 주요 경합주들에서 투표자 수는 늘고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하락했다.

초박빙 선거 구도라는 관측 속에 이뤄진 양당의 투표 독려에 응해 경합주에서 투표장을 찾은 사람들은 증가했으나, 표심이 공화당쪽으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투표자 수 증가 비율은 미시간 1.7%, 노스캐롤라이나 2.2%, 위스콘신 3.8%, 조지아 5.2%였고, 이 경합주들에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각각 2.2%p, 1.0%p, 0.8%p, 1.2%p 감소했다.

유권자들이 지지 정당을 2020년 민주당에서 2024년 공화당으로 바꾼 경우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해리스의 패배를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는 게 WSJ가 전한 몬머스대 여론조사연구소의 패트릭 머리 소장의 분석이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이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집단들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가 현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투표자 수 감소 비율은 흑인 주민 비중이 높은 524개 카운티에서 3.8%, 대학 졸업자 비중이 높은 402개 카운티에서 2.2%, 히스패닉계 주민 비중이 높은 347개 카운티에서 1.6%에 이르렀다.

이런 카운티들에서 민주당 득표율 감소 폭은 각각 2.8%p, 2.6%p, 4.1%p였다.

투표자 수는 소득 중간값이 낮은 475개 카운티에서 4.7%, 노조 가입 비율이 높은 347개 카운티에서 2.3%, 대학졸업자 비중이 낮은 478개 카운티에서 2.2% 감소했다.

이런 카운티들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각각 3.5%p, 2.9%p, 2.6%p 하락했다.

WSJ는 해리스가 노동자들, 대학 졸업자들, 대도시 지역 유권자들 등 민주당이 전통적 지지기반으로 삼아 온 집단들에서 득표수가 하락했으며 주요 경합주의 농촌, 교회, 외곽 카운티에서 트럼프가 이룬 성공에 맞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는 일부 공화당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했고 당선되면 공화당원들을 입각시킬 것이라며 공화당원들에 대한 적극적 구애 작전도 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는 시도도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WSJ은 짚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상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민들이 많이 사는 카운티들에서는 오히려 투표자 수가 4년 전보다 증가했다.

소득 중간값이 높은 394개 카운티에서는 0.1%, 백인 주민 비율이 높은 451개 카운티에서는 0.3%, 연령 중간값이 높은 카운티에서는 2.4% 늘었다.

이런 카운티들에서 민주당 득표율은 각각 2.2%p, 1.2%p, 2.4%p 하락했다.

민주당이 2년 전 중간선거에서 선전한 것이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독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NBC 뉴스에서 정치분석을 담당하는 척 토드 기자는 민주당이 당초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거둔 2022년 중간선거 결과가 신기루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은 하원에서 소수당이 됐지만 예상보다는 격차가 적었고 상원에서는 오히려 의석을 늘리는 데 성공했으나, 이는 민주당이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잘 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낙태권을 보장했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은 대법원의 ‘돕스 대 잭슨’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거셌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미시간, 위스콘신 등에 공화당이 낸 후보들이 엉망이어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챙긴 것이었다고 토드 기자는 분석했다.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민주당과 바이든이 인플레이션 문제와 국경 문제에 대한 대응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바이든의 재선 도전 여부도 심각하게 따져볼 기회를 놓쳐버려 올해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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