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다빈치 모텔’ 강연…한국어로 “고생 많이 했어요”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진 건 부인할 여지가 없는 사실인 것 같아요. ‘K’로 규정할 수 있지만, ‘K-드라마’가 아니라 그냥 ‘드라마’죠.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성난 사람들’로 에미상 미니시리즈 남우주연상을 탔던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은 29일 현대카드의 주최로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다빈치 모텔’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스티븐 연은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K-콘텐츠로) 포장하는 일이 필요할 수도 있고, 그게 잘못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런 건 거쳐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나이지리아에 사는 사람이 여러분이 만든 유튜브를 볼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며 “자신의 표현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연은 이날 강연을 찾은 한국 팬들과 미국에서 배우로 성장한 과정과 그간 출연한 작품들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이날 영어로 강연했으나 중간중간 또렷한 발음의 한국어를 섞어 가며 썼다. 그가 힘들었던 무명 배우 시절을 떠올리며 “고생 많이 했어, 너무 힘들었어요”라고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티븐 연은 미국 시카고의 극단 ‘세컨 시티’ 멤버로 즉흥 코미디를 하다가 배우로 데뷔했다. 특히 2010년 좀비로 뒤덮인 세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워킹 데드’에서 ‘글렌 리’로 출연해 인기를 얻었고, 이후 영화 ‘미나리’와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스타가 됐다.
그는 “코미디를 하다가 어느 시점인가에 한계를 느꼈고, ‘높이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로서 배역을 따기 힘들어 정말 힘들었는데, 친한 지인이 ‘매일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힘을 얻었다”고 떠올렸다.
스티븐 연은 그에게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성난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슬픔과 분노 같은 감정들을 공유하고 싶었고, 스스로와 서로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이 반향을 일으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선 “어떤 영화를 찍고 싶다거나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도 계획한 대로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그래서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어떤 기회가 오는지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다빈치 모텔’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국 장거리 운전자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모텔에서 영감을 얻은 행사로, 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했다. 27∼29일 여러 유명 인사의 공연과 강연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