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60 년 맞은 메디케이드 최대 위기

전문가들 “예산 축소로 저소득층 생존권 위협” 우려
가주, 사전 승인 간소화·자체 예산 투입 등 모색 중

올해로 설립 60 주년을 맞은 미국의 공공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Medicaid·캘리포니아에서는 메디캘)가 전례 없는 연방정부 예산 삭감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아메리카 커뮤니티 미디어(ACoM)이 지난 1 일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 월 4 일 서명한 ‘크고 아름다운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본격 시행되면 메디캘과 오바마케어(ACA)에 대한 연방 보조금이 대폭 축소되고 미 전역에서 수천 만명의 의료보험이 중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법은 향후 10 년에 걸쳐 메디케이드 약 9000 만 달러, 메디케어 약 5000 억 달러의 예산을 삭감하며, 2026 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약 1 억 6000 만 명 이상의 미국인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저소득층과 이민자, 장애인, 아동, 고령층에게 필수적인 생존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알타메디케어(AltaMed Health Service)의 최고 의료 책임자 일란 사피로 박사는 “이번 예산 삭감 조치로 인해 미 전역에서 1700 만 명, 가주에서는 약 200 만 명이 의료보험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메디캘은 단순한 보험이 아니라 취약계층의 생명선이자 지역 경제의 핵심 인프라”라며 “저소득층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 접근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 수년에 걸쳐 불법체류자에게 메디캘 혜택을 확대한 캘리포니아주는 시스템 자동화를 강화하고 행정 장벽을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캐리 샌더스 캘리포니아 범민족건강네트워크(CPEN) 정책국장은 “가주는 오바마케어 시행 초기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확장 정책을 펼쳤다”며 “이번에도 소득과 이민 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주민에게 의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주정부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샌더스 국장에 따르면 주정부는 자동 보고 시스템, 데이터 연계, 사전 승인 간소화 등을 통해 행정 부담을 줄이고 보험 탈락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또한 연방 예산 삭감으로 ACA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난민이나 망명 신청자, 가정폭력 피해자(VAWA) 등 합법 체류자에 대해서는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인 캘프레시(CalFresh·구 푸드스탬프)와 연계한 자동화 시스템 또는 자체 예산 투입을 통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가주는 현재 원격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병원 자선의료 확대 의무화 제도를 시행 중이나 내년부터 연방 보조금 300 억 달러가 축소될 것으로 보여 기존의 무보험 이민자에게 제공해 온 메디캘 혜택을 지속할 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샌더스 국장은 “전액을 주정부가 메우는 것은 비현실적이지만 대형 병원 기금 재분배, 고소득층 세제 조정 등을 통해 일부 재원 확보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새 법에 따라 앞으로 메디케이드 수혜자는 근로활동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보험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자격 갱신 주기도 1 년에서 6 개월로 단축된다. 연방 의회감사국(GAO)은 이 과정에서 약 480 만 명이 보험 자격을 상실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자동 갱신 제도가 폐지지고 소득 검증 기준이 강화돼 연말 세금신고 시 예상보다 소득이 높을 경우 세금 공제 초과분을 수천 달러까지 환수당할 수 있는 위험도 커졌다.

일부 주 정부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자체 의료 지원 축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5 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제공되는 메디케어 예산도 약 5000 억 달러 삭감될 예정으로 ▲병원·요양원 등 의료 공급자 지불액 축소 ▲의료서비스 인센티브 감축 ▲약품 및 의료기기 환급 예산 감축 ▲백신, 암 검진 등 예방 진료 프로그램 등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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